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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07 09:07
[매일경제] 금융권에 부는 빅데이터 바람…보험사기 적발·고객 발굴 “뭐든 맡겨”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831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348004 [3670]
지난 2012년 11월 전주 익산 현대해상 사무실에 자동차 사고 배당을 알리는 문자와 함께 ‘사고 접수지’가 인쇄되고 있었다. 자동차 사고를 처리하는 보상 담당자는 늘 하던 대로 접수지의 내용과 보상 처리 전산시스템을 확인한다. 이때 담당자의 눈에 ‘FDS Y+3’이라는 표시가 들어온다. FDS는 보험사기 위험도를 나타내는 표시. 위험도 정도를 표현하는 Y는 +1, +2, +3으로 표시되는데, 이 중 Y+3은 위험도가 가장 높다는 의미다.
 
담당자는 보험사기 건임을 직감하고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FDS 시스템이 방대한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해자, 피해자가 몇 달 전 사고에서는 거꾸로 서로 피해자, 가해자’였음을 분석해냈다. 조사실장은 신속히 데이터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가해자, 피해자와의 면담을 추진했다. 사고는 어린 학생들이 공모해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로 밝혀졌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빅데이터(잠깐용어 참조)를 활용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보험업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사기를 밝혀내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IT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진 빅데이터 활용이 보험업계를 포함해 금융권으로도 활발히 넘어오고 있다.
예·적금, 대출, 카드 사용 등 금융 거래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간 금융계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못 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 저금리 기조 등으로 수익이 줄어들면서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때 돌아보게 된 게 종전에 축적해놓은 자료, 즉 빅데이터다.
 
‘빅데이터, 경영을 바꾸다’의 저자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전에도 데이터베이스는 방대했지만 그동안 단순히 정보를 축적하고 단편적인 부분만 꺼내 썼다면 최근에는 데이터 서비스를 분석해 새로운 목적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라 설명했다.
국내에서 활용하는 빅데이터 분석 유형은 크게 신규 고객 발굴, 마케팅 활용, 보험사기 방지 등 위험 관리로 요약된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보험사기 방지 쪽이다.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면 손해율이 올라가면서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까지 덩달아 올라가는 부작용이 생긴다. 보험사의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
그동안은 주로 전문 인력이 가려냈다. 하지만 사고가 늘어나면서 인력을 대거 충원해야 하는 부담이 생겨났다. 이런 부담을 줄여주는 게 빅데이터 분석이다. 현대해상 외에 삼성생명·동양생명 등 생명보험, 삼성화재·동부화재 등 손해보험사들은 저마다 자체 사고처리 실적을 바탕으로 사기 혐의가 농후한지 여부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려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사기 방지 시스템을 도입한 현대해상 관계자는 “시스템을 적용한 후 전체 사기 사건의 25%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잡아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 화제가 됐던 삼성생명의 통영 요실금 보험사기 사건도 빅데이터의 힘이 컸다. 삼성생명은 다른 지역과 달리 유독 통영에서만 요실금 보험금 청구 건수가 많다는 걸 빅데이터 시스템의 경고로 알게 됐다. 현지에 조사원을 급파해 모 보험 모집인이 “가입 후 2개월 지나서 지정한 병원으로 가면 요실금 판정을 해줄 거고 그러면 500만원을 단기간에 벌 수 있다”라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걸 적발했다.
 
최근엔 IBM, SAS 등이 빅데이터 사기 적발 시스템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보험사들의 프로그램 자체 개발 부담이 줄었다. 최병정 SAS코리아 이사는 “가해자, 피해자 간 공모 사고, 손해율이 높은 특정 지역, 설계사-병원-정비업소-견인기사 연관 분석 등 여러 기준과 유형을 숫자로 전환해 위험률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그간 전문 인력을 투입해 사기 여부를 가려낼 때보다 수월해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신규 고객 발굴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그간 기존에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을 주로 관리하며 추가 보험상품을 권유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잠재 고객 정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 상품을 가입하게 하는 식의 CRM(고객관계관리) 방식을 써왔다. 이를 통해 월평균 7000~1만명 정도(약 0.8%)의 추가 계약을 받았다. 2009년에 그간 축적한 고객 행동 경험을 보다 구체화하고 정교화한 빅데이터 기반의 ‘DW&분석CRM 시스템’으로 바꿨다. 추가 가입, 신규 가입, 기존 고객 계약 이탈 방지 등 3가지 고객 예측 모델로 유형을 세분화하고 소득 상위 10% 식으로 타깃을 명확히 했다. 보험 모집인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어떤 부자 고객이 암 보험이 필요한 시기이고 또 자녀에게 변액보험 가입을 권유할 시기란 걸 알 수 있게 됐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추가 가입률이 3~5%까지 치솟았다. 특히 상위 10%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마케팅을 한 이후로 종전 대비 4~5배의 가입률 증가 효과를 보고 있으며, 고객 이탈 방지 모델을 통해서는 120~150%의 효과를 봤다”라고 소개했다.
상품 설계 때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들의 가입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신한카드 ‘큐브’가 대표적. 출시 전 신한카드는 2200만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 할인점·병원·대중교통 등 서비스별로 적정한 수준의 연회비를 산출했다. 신한카드는 이를 통해 3월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4만6000장의 신규 카드 가입을 유치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를 아예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KB국민카드는 ‘혜택가맹점’ 앱을 통해 직장인의 영원한 고민인 ‘오늘은 뭘 먹지?’ 의문부호를 해결해준다. 맛집의 고객 재방문율, 성별·연령별 이용객 분포, 시간대별 이용 비율 등에 대한 실제 카드 이용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보여주는 식. 고객은 이 내용을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카드·보험사와 달리 은행권에선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IT 보안 분야 쪽으로 최근 정부 입김이 상대적으로 강해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덜하다”라고 말했다. 함유근 교수는 “JP모간, 씨티은행에서는 서로 다른 데이터에서 연관성을 찾아내는 일명 ‘팰런티어(Palantir)’ 시스템을 도입했다. 파생상품 개발부터 금융상품의 손실을 줄이는 작업에까지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만간 국내 은행들도 이런 방식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사례씨티은행, 슈퍼컴퓨터로 대출 여부 결정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빅데이터 활용. 해외 기업들은 빅데이터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올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으로 널리 알려진 사례는 미국의 TV 퀴즈쇼인 제오퍼디에서 퀴즈 달인과 붙어 이겼던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 지난해 3월부터 씨티그룹이 도입한 왓슨은 고객들의 거래 내역 등 빅데이터를 취합해 신용도가 낮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을 선별한 후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비영리 신용협동조합 웨스콤이 대출 상환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정확도를 50%나 개선한 사례도 빅데이터를 활용했기에 가능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신용카드 업체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기 위험을 차단하고 있다. 고객이 카드를 사용하는 장소, 시간 등 결제 패턴을 분석해 카드 사기를 방지하는 식. 가령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멀리 떨어진 두 지역에서 카드 거래가 발생하면 카드 도용을 의심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패턴 분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 금융지주회사 BB&T는 빅데이터를 자금 세탁을 추적하는 데에 활용했다. 팀원들이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25개가량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실행하면서 분산 거래, 송금, 현금 거래 등 다양한 거래 내역을 추적하는 방식을 썼다. 수 주일에서 수개월씩 걸리던 자금 세탁 추적 작업이 하루아침에 처리가 가능해졌다.
 
빅데이터는 금융사기 방지뿐 아니라 고객에게 더 많은 제품을 팔 때도 톡톡한 역할을 한다. 산탄데르은행은 고객들에게 똑같은 제품 소개 책자를 보내지 않는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상품들을 골라 책자에 반영한다.
싱가포르 씨티그룹은 고객의 카드 사용 시점, 장소를 분석해 고객의 취향을 각종 할인 서비스에 반영한다. 점심 식사를 주로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해결하는 고객에게 이탈리아 식당 할인 쿠폰을 보내는 식이다. 아시아 지역에는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는 씨티그룹 인력만 250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