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최근 행보는 꽤나 파격적이다. ‘고객만족’, ‘품질개선’ 같은 식상한 카피가 아니라 그간 통신사들이 해오던 이야기를 뒤집는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다. 통화 무제한 요금제가 그랬고, 오늘 발표한 협력 메시지가 또 그렇다.
SK텔레콤은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행복과 동행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성민 SK텔레콤 CEO는 “돌아보면 이제 우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머리를 띄웠다. 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개방하고 외부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는 점은 특히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이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OTT(over the top)와도 손잡고 온라인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을 쏟겠다”는 이야기는 지난해 카카오톡의 무임승차로 사업 기반이 흔들린다는 이야기와 배치되는 입장이다. 대신 네트워크 위에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수익 구조를 내다보겠다는 것이다.
하성민 CEO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개별 기업이 혼자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체감했다”라며 “대신 다양한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실현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고 그 안에서 뭐가 되든 가치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뭘 할 계획일까. SK텔레콤은 ‘창업 지원’을 먼저 이야기했다. 청년 창업 뿐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로 창업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회성 경비 지원이나 단발적 교육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부터 제품화, 이에 드는 자금, 판매를 위한 유통과 마케팅까지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다 퍼주겠단다. 이 사업에 올해 3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창업 지원 범위를 45세 이상의 베이비부머까지 넓힌 것은 그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높이 사고 이를 통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도 말했다.
어떻게 도울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여기에도 그간 사실상 금기시되던 요소들이 눈에 띈다. 가장 파격적인 것은 ‘빅데이터’다.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가입자 기반의 통화 패턴, 밀집 지역, 고객들의 이동 패턴, 위치 정보 등 개인 정보 유출의 우려가 없는 자료는 뭐든 공개하고 이를 통해 사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미 수년 동안 통신부터 네트워크, SNS를 비롯한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왔고 이를 통해 마케팅 전략을 짜거나 사업 계획을 만드는 등 내부적으로만 써 왔다. 이를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것은 앱 개발자들에게 솔깃한 얘기다. 앱 개발자들이 이를 이용해 새로운 위치기반 광고나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고 새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정보 개방과 맞물려 범죄신고 전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우범지역 분석도 이뤄진다. 여러 빅데이터들이 거래될 수 있도록 ‘빅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SK텔레콤은 데이터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도 대부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철저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창업 아이템이 꼭 소프트웨어나 앱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나 실물 제품에 대한 지원도 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직접 3D프린터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시제품 개발부터 돕겠다고 나섰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비롯한 액세서리 등 하드웨어에 대한 창업의 기회도 만들겠다는 의도다. 상품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공동개발, 사업화 추진, 그리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략적 지분투자로 제품을 만들고 이후 11번가나 T스토어, 통신사 대리점 등을 이용해 실제 유통과 마케팅에 대한 지원을 할 계획이라도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우선 올해 10~20여개 팀을 지원하고, 기타 교육이나 기존 사업 지원에 대한 투자도 계속할 심산이다. 헬스케어, B2B 등 시스템 인프라 투자에도 총 1조2천억원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성민 CEO는 “혼자 할 수 있는 사업에는 한계가 있고 개방으로 기회를 얻을 것”이라며 “이를 보는 눈이 SK텔레콤 내부에도 필요하고 부족하면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