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데이터 속에 돈이 숨어있는, 빅데이터가 빅머니가 되는 시대가 다가왔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 공공기관과 국내 시장조사전문업체들은 올해를 '빅데이터 도입과 활용'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IT업계뿐 아니라 각 산업분야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不殆). 빅데이터가 주목받는 이유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물건을 팔려면 무엇보다 돈을 쥔 사람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법. 한해 2.8제타바이트(ZB) 가량의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가 생성·복제되는 '데이터 쓰나미' 속에서, 소비자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타사보다 빨리 찾아내 고객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들에게 시장의 돈이 몰리는 건 당연지사다.
SNS, 모바일 등의 발달로 정형·비정형의 다양한 정보가 대량으로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빅데이터시대에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재빠르게 통찰력을 얻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
이에 발빠른 기업들은 이미 빅데이터를 제품 마케팅, 고객관계관리 개선 등에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차세대서비스, 즉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기업도 등장했다. 정부 역시 빅데이터산업을 국가를 먹여살릴 동력으로 보고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대선으로 뜬 '빅데이터'…예측력에 '헉!'
'대량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분석해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생성된 지식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하거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화 기술'.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빅데이터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국내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계기는 지난 18대 대통령선거다. 지난 대선 때 가비아와 코난테크놀로지, 와이즈넛 등의 IT업체는 물론 언론사들도 SNS 텍스트 메시지 등 비정형 데이터들을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한 결과들을 앞다퉈 발표하며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가하면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에는 구글로 입력된 특정 검색어의 시기별 검색빈도를 분석해주는 '구글트렌드'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 검색량을 백분율로 합산한 비율이 52.7%, 47.3%로 나타났다. 이는 박 대통령, 문 후보의 최종 득표율인 51.55%, 48.02%와 근접한 수치다. 놀라운 예측력에 정치권에서는 빅데이터 전략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했다는 해석까지 내놓기도 했다.
◆빅데이터, 정부가 미는 '돈 되는 산업'으로
빅데이터는 이제 정부가 미는 '돈이 되는 산업'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올해부터 2016년까지 민간·정부가 약 5000억원을 빅데이터 기반 조성에 투자한다. 정부의 '빅데이터 마스터플랜'에 따라 앞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부내 공동설비 구축 ▲빅데이터 기술개발 로드맵 마련, 핵심기술개발 지원 ▲대학에 빅데이터 관련 과목 개설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사업 지원 ▲공공데이터 개방 활성화를 위한 법령 제정 등이 추진된다.
또한 2017년까지 16개 과제를 추진해 국민들이 빅데이터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 계획도 발표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안전행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민간전문가와 함께 비공개 '개인정보 개선 TF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현관 안행부 창조정부전략실 공공정보정책과 사무관은 "빅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어떻게 제거하고 분석할 것인지, 현행법상 어느 정도까지 빅데이터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할 것인지를 TF팀을 통해 논의하고 있다"며 "연말께 결과물을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창조경제의 열쇠를 빅데이터에서 찾고 있다. 5월까지 빅데이터 우수서비스 모델·사업자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14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 또한 미래부는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민간, 공공 누구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빅데이터 분석·활용 센터'를 오는 8월까지 구축한다. 이용자는 센터에 원격 접속해 분석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금융위원회에서는 카드사들이 매출정보(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9월 개정안이 시행되면 카드사들은 빅데이터를 지역·업종 등으로 가공해 창업 희망자에게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소비자에게 모바일 앱을 서비스함으로써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올해 국내 빅데이터시장 1000억…산업 전방위적 활용 기대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빅데이터를 '미는' 이유는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해 먹고 살 수 있는 산업분야, 혹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산업분야는 무궁무진한 반면 아직 이와 관련된 국내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올해 국내 빅데이터 시장규모 예측치는 1억6300만달러. 이는 지난해 세계 빅데이터 시장의 0.3%에 불과한 규모다.
2015년에는 국내 2억6300만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빅데이터 시장이 형성돼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의 약 1.6%를 점유하고, 2020년에는 그 규모가 약 8억9300만달러(약 9000억원) 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KISTI 전망이다. 한마디로 빅데이터 시장은 앞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견되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빅데이터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 분야도 초기에는 순수 데이터 분석 기업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겠지만, 점차 산업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윤미영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선임연구원은 "빅데이터는 데이터 분석,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전문으로 하는 IT기업들뿐 아니라 고객정보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금융·통신분야에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정책 마련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산절감효과를 보고,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빅데이터 활용분야는 전방위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미 발빠른 기업들은 서비스 개발이나 광고·홍보 전략에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SK플래닛의 유료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이다. 전국 5만여대의 택시와 상용차량을 활용해 수집한 교통정보와 10년간 축적된 방대한 교통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막히지 않고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과 오차범위 5분 내외의 예상 도착시간을 제공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10년간 정체상태에 있던 한 제품의 매출을 전년 대비 65% 끌어올린 경우도 있다. 올해 초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개최한 '제1회 빅데이터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유유제약 이야기다.
이 회사는 소셜 데이터를 분석해 '멍'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또한 해당제품의 경쟁상대가 타 제약회사의 제품이 아닌 '계란'과 '소고기'라는 것, 타깃고객이 여성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동안 주시하지 않았던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광고·홍보 포인트를 바꿨고 이를 통해 매출 상승이라는 효과를 본 것이다.
이밖에 빅데이터는 현재 보험회사의 사기 방지프로그램 구축, 시중은행의 마케팅 전략 수립 , 유통업계의 매출 상승 전략 및 고객관계관리 개선 등에 활용되고 있다.
◆빅데이터로 올해 일자리 창출 2만개
빅데이터의 전방위적 활용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할 것으로 예측되는 금융·통신과 빅데이터 기반 행정체제 구축을 추진 중인 정부·공공기관, 그리고 소매업 분야의 빅데이터 전문인력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연구개발 탄력성, 빅데이터 적용률, 취업계수 등 3가지를 이용해 도출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올해에만 국내에서 2만3000여개, 2017년까지 약 52만개의 빅데이터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데이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빅데이터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
반면 삼성경제연구소(SERI)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빅데이터를 능숙하게 관리할 수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은 100명 내외에 그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능력을 갖춘 인력 모시기 전쟁이 전개될지도 모를 일이다.
장순열 한국IDC 상무는 "빅데이터 활성화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축적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서 그치는 '데이터 분석가'와 달리 그 속에서 의미를 추출해내고 예측력까지 갖춘 인력을 말하는데,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인력들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빅데이터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며, 특히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