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민모씨는 온라인 쇼핑을 위해 여행상품을 이것저것 검색하다 결국 결제하지 못한 채 창을 닫았다. 업무가 시작되고 여행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린 민씨. 민씨의 여행계획을 일깨워준 건 여행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터넷 뉴스기사였다. 기사를 읽는데 우측 배너에서 자신이 찾던 여행상품을 계속 광고하고 있었던 것. 민씨는 다시 광고를 클릭해 결제를 마쳤다.
어떻게 민씨가 필요로 했던 상품이 정확하게 광고로 노출될 수 있었을까. 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민씨가 그동안 검색해온 자료들을 토대로 광고화면이 보이게 한 것이다.
빅데이터는 국내 기업에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소셜커머스업계다. 위메프는 클릭 및 구매이력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 구매이력, 장바구니 담기, 상품 클릭 이력 등 구매 패턴을 분석해 관련 제품을 실시간으로 추천하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4월부터 모바일 앱에 '당신을 위한 추천' 카테고리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 역시 사용자의 구매·장바구니·방문 이력을 분석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객의 성향과 필요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줌으로써 판매효과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닷컴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상품추천서비스를 한 것과 같은 이치다.
국내에서는 유유제약의 '베노플러스겔'이 빅데이터 성공사례로 꼽힌다. 멍을 빨리 없애는 연고제인 베노플러스겔은 어린이를 주고객층으로 타깃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진짜 고객은 어린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멍이나 붓기를 빨리 빼고 싶어하는 집단은 어린이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 멍 때문에 외출을 꺼리거나 스커트를 입지 못하는 여성들이 멍을 빼기 위해 계란이나 소고기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유유제약은 그동안 B2B마케팅, 즉 약사를 대상으로 영업하던 것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한 미용의약품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광고 카피 역시 '계란은 팔아파요, 소고기는 비싸요' '무릎에 메이크업? 멍 가리지 말고 빼자'는 식의 재미난 문구를 넣었다. 달라진 마케팅은 주효했다. 빅데이터 마케팅을 벌이기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65%가량 늘어난 것.
유유제약은 항우울제인 '힐리프'(가칭)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이 부장은 "힐리프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소비자의 필요를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FNC부문은 빅데이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빅데이터팀'을 올해 1월 꾸렸다. 빅데이터팀을 주도한 건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였다. 박 대표는 패션업이 그동안 마케터 또는 디자이너의 경험이나 감에 의존했던 것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보다 정교한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빅데이터팀을 꾸렸다.
하상호 코오롱인더스트리 빅데이터팀 부장은 "고객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어떤 스타일의 상품을 얼마나 생산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다"며 "단순히 고객의 실적데이터뿐 아니라 각종 데이터를 섞어 도출되는 결과를 보면 고객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빅데이터팀은 올해 안에 고객의 지표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관련 시스템을 개발, 상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