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6월10일 오전 10시부터 진행한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3′ 첫날 기조연설이 끝났다. 애플은 이날 새 ‘맥프로’와 ‘맥북에어’, 모바일 기기를 위한 ‘iOS7′ 등을 발표하는 등 굵직한 소식을 쏟아냈다. 그 중 ‘OS X 매버릭스(Mavericks, 이하 매버릭스)’는 모든 맥 컴퓨터 사용자를 위한 애플의 새 운영체제(OS)다. OS가 소모하는 전력량을 줄였고, 다양한 앱이 추가됐다. 아이클라우드 서비스와 입맞춘 애플의 ‘아이웍스’ 응용프로그램(앱)도 돋보였다.
맥 컴퓨터를 위한 새 OS X, 이름은 ‘매버릭스’
애플은 지난 10여년 동안 OS X 이름에 고양이과 동물의 이름을 붙여 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OS X 버전 10.9의 이름은 매버릭스다. 매버릭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도시 이름이다. 앞으로 애플은 OS X 버전에 도시 이름을 쓸 계획이다. 개발자를 위한 버전은 기조연설이 끝난 직후부터 지원되기 시작했지만, 정식 출시일은 오는 가을로 정해졌다. 실제로 체험해 보는 것은 그때까지 미루자.
애플이 매버릭스에 담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바로 전력소모를 줄였다는 점이다. ‘맥프로’나 ‘아이맥’ 시리즈 사용자보다는 ‘맥북프로’나 ‘맥북에어’ 사용자가 특히 반길만한 대목이다. OS의 기능 외에도 동작 원리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는 뜻이다.
타이머 병합(Timer Coalescing) 기술이 전력 사용량 감소의 주역이다. 컴퓨터에서 응용프로그램(앱)을 쓸 때 중앙처리장치(CPU)에 작업 부하가 걸리게 되는데, 여러개의 CPU 작업 부하를 하나로 합치는 기술이다. 전반적으로 CPU 점유율을 낮춰 전력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애플 설명에 따르면, 최대 72%까지 CPU 점유율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압축 기술도 도입됐다. CPU와 마찬가지로 앱이 구현되려면 메모리에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메모리에 걸린 데이터를 압축해주는 기술이다. 앱 실행이나 작업 속도를 끌어올려 준다. OS X10.8 마운틴 라이언과 비교해 50% 더 빠른 속도를 낸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좀 더 여유 있는 메모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전력 사용량을 낮추는 기술 중 하나다.
이날 발표된 매버릭스의 가장 독특한 기능은 바로 앱 냅(App Nap)이다. 앱 냅은 사용하지 않는 앱의 CPU 점유율을 낮춰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주는 기술이다. 특히, 크레이그 페더리히 애플 부사장이 무대에서 시연한 앱 냅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실행 중인 앱 화면을 다른 앱으로 가리자 밑에 깔린 앱의 CPU 점유율이 낮아졌다.
예를 들어 사파리 웹브라우저를 통해 고화질 동영상을 감상할 때는 사파리의 CPU 점유율이 올라간다. 이때 달력 앱을 실행해 사파리의 화면을 가리면, 사파리의 CPU 점유율이 떨어지는 식이다. 컴퓨터를 쓸 때 많은 앱과 창을 동시에 띄워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앱 냅 기술은 전력을 아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북스, 지도…매버릭스의 새 앱
맥 컴퓨터에서도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아이북스’ 앱이 추가됐다. 애플의 모바일 기기용 아이북스에서 보던 전자책을 그대로 맥 컴퓨터로 가져올 수 있게 된 셈이다. 모바일 기기용 아이북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책을 보거나 맥 컴퓨터용 아이북스 스토어를 별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애플은 매버릭스의 아이북스 앱을 통해 교육 시장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 마치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는 것처럼 문장을 강조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책 옆에 글씨가 없는 공간에는 간단한 메모도 할 수 있다. 강조한 부분과 메모한 내용이 ‘아이폰’, ‘아이패드’의 아이북스와 연동된다는 점은 기본이다.
매버릭스에 새로 추가된 앱 중 특히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지도 앱이다. 애플이 지난 2012년부터 개발 중인 지도 앱을 맥 컴퓨터로 끌어들였다. 애플 지도 고유의 3D 항공화면 기능도 그대로 구현됐다.
애플 모바일 기기와 연동성도 뛰어나다. 맥 컴퓨터의 지도 앱에서 길을 찾고 메뉴에서 아이폰으로 보내기 단추를 누르면, 사용자가 갖고 있는 아이폰을 통해 바로 턴바이 턴 내비게이션 기능을 쓸 수 있다.
다만 애플 지도는 아직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만 제대로 쓸 수 있다. 지도의 정확성도 아직 구글지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사용자라면 매버릭스에서 지도 앱을 쓸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력 앱도 바뀌었다. 실제 물체의 소재를 본뜬 애플 특유의 스큐어모픽(Skeuomorphic) 디자인을 버리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으로 얼굴을 바꿨다. 매버릭스에 지도 앱이 기본으로 탑재된 덕분에 달력에서 재미있는 기능을 함께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 날짜를 정하고, 일정 내용에 ‘피자’라는 단어를 입력해보자. 맥 컴퓨터의 달력 앱이 지도 앱과 연동돼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피자가게를 알려준다.
파인더에 탭브라우징 기능이 추가됐다는 점도 소소하지만 사용자의 맥 컴퓨터 경험을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파인더는 애플의 폴더를 관리해주는 앱이다. 윈도우 OS의 ‘내 컴퓨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탭브라우징 기능이 추가된 덕분에 더이상 파인터 창을 여럿 띄울 필요가 없어졌다. 원하는 폴더를 탭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매버릭스는 다중 모니터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바로 입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클라우드 키체인’ 기능도 추가됐다. 아이클라우드 키체인은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등도 함께 등록해 쓸 수 있다. 맥 컴퓨터 안에 보관한 파일에 테그를 달아 분류하고,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매버릭스가 이전 세대 OS X과 달라진 점이다.
윈도우에서 ‘키노트’를…’아이웍스 포 아이클라우드’
‘아이웍스 포 아이클라우드’는 애플 컴퓨터와 윈도우 기반 PC를 모두 쓰는 이들이 반길만한 서비스다. 애플은 아이웍스 시리즈를 아이클라우드에 적용해 웹브라우저에서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사무용 도구를 소개했다. 아이웍스는 문서 작업용 앱 ‘페이지’와 스프레드시트 ‘넘버스’, 프리젠테이션 전용 ‘키노트’를 묶어 이르는 말이다.
그동안 아이웍스 도구들은 아이클라우드 기능을 지원해 왔다. 페이지로 작성한 문서를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기능이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아이웍스 포 아이클라우드는 여기서 더 발전한 서비스다. 아이웍스 도구로 만든 문서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모든 문서 작성과 편집, 저장 과정은 웹브라우저 안에서 이루어진다.
구글은 웹브라우저를 통해 문서도구 서비스를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클라우드 업무 환경을 위한 ‘오피스 365′를 서비스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웍스 포 아이클라우드도 이 같은 웹서비스 추세에 맞춘 웹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웍스 포 아이클라우드는 맥은 물론 윈도우 기반 PC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도 쓸 수 있다. 구글의 크롬 웹브라우저에서도 쓸 수 있고, 애플의 사파리 웹브라우저는 기본이다. 지금은 베타판만 공개됐다. 애플 개발자로 등록된 이들은 아이클라우드 베타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