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냐 IBM이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 업체 선정을 놓고 고민이 한창이다. 두 회사로서는 CIA의 낙점을 놓고 두 번째 수주전(戰)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마존에 이미 선수를 빼앗긴 적이 있는 IBM은 관련 업체까지 인수해 가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아마존도 모처럼 마련한 발판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PC 대신 인터넷상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접속해 사용하는 서비스. IBM은 이 중에서도 정부 클라우드(Gov. Cloud) 부문의 1인자다. 그동안 미 정부기관들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맡아왔다. 반면 아마존은 이 분야에선 성과가 미미한 신인에 가깝다. 정부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심사도 작년에야 통과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지난 3월 IBM을 제치고 CIA의 선택을 받았다. IBM은 6억달러(약 68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을 잃었다. '미 최고 정보기관이 선택한 업체'라는 상징적 타이틀도 놓쳤다.
◆ 명성 되찾으려는 IBM…관련 업체 과감히 인수
하지만 IBM은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가까스로 다시 얻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각) “지난 6일 미국 회계감사원(GAO)이 IBM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IBM은 지난 2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CIA에 항의했다. 아마존이 계약을 따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GAO는 CIA에 "계약가격을 잘못 산정했고, 아마존이 계약에 필요한 조건을 못 갖췄음에도 눈 감아 준 점이 인정된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다시 선정하라"고 권고했다. 법적으로 GAO의 판결은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CIA 등 미 국가기관들은 보통 GAO의 판결을 따라왔다. CIA는 판결 이후 60일 내에 GAO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한다.
기사회생에 성공한 IBM은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정부 클라우드 부문은 IBM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한다. 아마존이 점유율을 가져가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IBM은 지난 5일 데이터베이스 웹호스팅 기업인 ‘소프트레이어(Softlayer)’를 약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소프트레이어는 약 10만대의 서버를 통해 2만여개 기업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IBM은 또 글로벌 서비스 그룹 내에 새 클라우드 서비스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 아마존 “정부 클라우드 진출 발판 삼겠다”
아마존도 이번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아마존은 이미 공용(public) 클라우드 부문의 강자다. 정부 클라우드 시장까지 잡으면 클라우드 시장 전체를 석권할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전년 대비 2배 이상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을 늘려왔다. 대상이 CIA라는 점도 중요하다. CIA는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 가운데서도 핵심기관이다. CIA가 아마존을 택하면, 아마존의 보안성은 탁월하다는 인정을 받게 된다. 300개가 넘는 미 국가 기관들이 줄줄이 계약을 요청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RBC의 아밋 다르야나니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아마존이 CIA 로고를 달게 되면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담 셀립스키 아마존 부사장도 WSJ에 “미국 정부기관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라며 “CIA 사업은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의 향방을 판가름할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