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사업가인 박중섭(가명ㆍ54)씨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문다. 이 호텔만 찾은 지 올해로 6년째. 그가 이 호텔의 단골이 된 것은 그의 독특한 식습관 때문이다.
그는 건강상 이유로 10년 넘게 계란 5개 흰자로 만든 프라이를 먹는 걸 원칙으로 해왔다. 다른 호텔에 갈라치면 매번 자신의 식습관을 설명해야 하지만, 이곳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이 호텔이 보관해 온 박씨의 투숙 관련 데이터에는 이런 특이점이 저장돼 있어서다.
최근 3년 만에 롯데호텔을 방문한 독일계 미국인 칼 왜그너씨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깜짝 놀랄 질문을 받았다. 호텔 직원이 3년 전 머물렀던 자신의 투숙기록을 언급하며 “당시 아침마다 룸에 넣어드렸던 ‘더 타임스’ 신문을 계속 넣어드릴까요”라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한 해에도 몇 만 명이 머무는 호텔에서 고객들의 세세한 정보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이 호텔이 2007년부터 구축해 온 ‘고객정보관리시스템’ 덕분이다.
시스템에는 고객의 흡연 여부는 물론 선호하는 방 타입, 청소시간, 가습기 비치 여부, 베개 종류와 구독신문 등 30여 가지 항목이 저장돼 있다. 롯데호텔 조창용 홍보팀장은 “결국 호텔 서비스의 승패는 고객에 대한 세세한 서비스가 가능한가의 여부에서 결정된다”며 “과거엔 직원 개개인의 경험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서비스 노하우가 이 시스템으로 더 체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이나 유통업체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경영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직원들에 대한 빅데이터 활용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16일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5000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전 직원은 6주짜리 빅데이터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과거엔 본사의 엔지니어들만 받았던 교육이다.
빅데이터는 개발 기업의 마케팅뿐 아니라 경기 예측 등에도 활용된다. 구글 검색어를 통해 K-팝의 인기 추이를 분석한 증권가 보고서도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 김동영 연구원은 K-팝과 J-팝 관련 구글 검색어 분석을 통해 “2008년부터 K-팝의 인기가 본격화함에 따라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가치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또 매년 독감 시즌마다 감기약 같은 검색어에 대한 관심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와 비교해 검색 빈도와 독감환자 수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2008년 2월 구글은 CDC보다 2주 앞서 미국 중부지역 주(州)들에서 독감이 유행할 것임을 맞힌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