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나 마케팅 관련 모임에서 빅데이터는 단골 메뉴가 됐다. 빅데이터가 창조경제를 실질적으로 구현한다거나 앞으로의 마케팅 문제는 모두 빅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장밋빛 전망이 많다. 데이터 폭발이 현실화됐고, 컨설팅그룹들은 빅데이터를 차세대 ICT의 핵심 의제로 선정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유권자 지도를 작성해 맞춤형 선거 전략으로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빅데이터의 이러한 엄청난 잠재력을 실질적 변화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결국 빅데이터를 그대로 쌓아두지 않고 적절한 선별작업을 거쳐 가치 있게 잘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빅데이터의 뜻을 살펴보자. 빅데이터는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하며 남긴 흔적이며, 이는 웹상에 고스란히 저장돼 있다. 이렇게 모인 흔적을 `분석`할 때 빅데이터는 가치를 발한다. 개인의 생활 패턴이나 소비 성향을 예측할 수 있고, 기업은 이를 활용해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빅데이터가 가지고 있던 세 가지 특성, 즉 규모(Volume), 다양성(Variety), 속도(Velocity)에 `가치(Value)`라는 분석 도구가 추가돼야 `개인의 PC에서 처리할 수 없는 엄청난 자료` 수준에서 벗어나 `미래 예측에 활용하는 과학적인 기술이자 가치있는 정보`로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만 우리의 마케팅적 안목을 높이고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정보 창고가 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의 제대로 된, 가치 있는 활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융합적 맥락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풍부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시청률 조사회사 티엔앰에스(TNmS)는 1998년 이후 국내 시청률 조사를 담당해 왔는데, 그동안 축적된 빅데이터가 엄청나다. 그런데 그 많은 시청률 자료에서 시청률의 변화 추이만을 알아본다면 데이터를 부분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경숙 티엔앰에스 대표는 "시청률 자료와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자료를 크로스로 분석하거나, 시청률 자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자료를 연계해서 분석하면 국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세세하고 체계적으로 알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빅데이터 수집과 축적만이 아니라 구조화하지 않은 빅데이터에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 여러 변수들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분석능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제 마케터는 `데이터 과학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빅데이터를 `지혜의 쓰레기통`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분해 빅데이터와 빅데이터 간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지식의 넝마주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터들은 빅데이터를 단순히 분석하는 차원에 머무르기보다는 소비자 심리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는 문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둘째, 인문사회적 지식을 바탕에 둬야 한다. 구글이나 애플은 인문학 전공자를 투입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셜서비스를 분석한다. 일본의 `정보 폭발에 대비한 인프라스트럭처 연구 프로젝트(2005~2011)`에서도 인문사회 전공자와 컴퓨터 공학자들이 함께 참여해 ICT의 사회문화적 역기능을 보완하기도 했다. 빅데이터 분석기술 서비스가 아무리 늘어나도 데이터에 숨겨진 깊은 뜻을 제대로 읽고 해석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따라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때는 인문사회적 지식을 바탕으로 학제 간 협업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빅데이터는 분명 기존의 방식으로는 답을 찾지 못하던 많은 난제들에 대해 새로운 지혜를 줄 수 있는 원석이다. 하지만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가장 먼저 불거진 것은 빅데이터의 `주권(Sovereignty)` 문제다. 우리가 만든 우리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넋놓고 있는 사이에 외국의 글로벌 빅브러더(big brother)에게 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다 내주고, 나중에는 역으로 우리가 돈을 주고 그 정보를 사봐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독점해 우리 사회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권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빅데이터에 대한 우리의 주권을 확보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구글이 축적한 한국인에 대한 정보는 상상을 초월한다. 외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우리네 안방까지 속속들이 들어와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모든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 대한 정보를 우리가 보호하고 축적하자는 데이터 주권의식에 눈을 떠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성된 정보가 해외로 유출되는 형태도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정보가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막아야 하겠지만, 정보가 빠져나갔을 때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문제는 더 시급하다. 현재 빅데이터와 관련해 핫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개인정보의 보호 문제도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나 국민의 정보보호 차원으로까지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