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마케팅 부서 직원들은 요즘 전날의 매출 데이터를 찾아보는 게 출근 후 첫 일과가 됐다. 지난해 옥션, G마켓, 어바웃 등 이베이코리아 내 사이트들의 데이터베이스 통합이 마무리되면서 실시간으로 온라인마켓 동향을 확인하고 매순간 상황에 맞는 영업전략을 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데이터베이스 규모는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옥션과 G마켓의 하루 평균 방문객수는 각각 200만명에 이른다. 하루 400만명이 찾아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메가 사이트 2곳의 데이터베이스를 하나의 거대한 통합 시스템으로 재구축한 장본인이 바로 옥션의 김수지 인프라서비스실장(41·사진)이다.
데이터베이스의 통합 필요성은 지난 2009년 G마켓 인수와 동시에 대두됐다. 국내 방문객수 1, 2위를 다투는 옥션과 G마켓의 고객 데이터를 한 데 모을 경우, 경쟁업체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거대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 '빅데이터'(Big Data) 활용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G마켓 인수 이듬해인 2010년 본격적인 데이터베이스 통합이 시작됐다. 그러나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다. 김 실장은 "판이한 양사의 데이터시스템을 한 데 묶기 위해서는 일일이 표준화 작업을 거쳐야 했다"며 "두서없이 흩어져 있는 고객들의 방문, 구매 데이터를 의미 있는 정보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2년여에 걸쳐 이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우선 데이터베이스 통합을 위한 기본 설계도(데이터 아키텍처)를 그리고 고객 데이터를 한데 모았다. 400여만명의 고객이 매일매일 쏟아내는 '의미 없는' 빅데이터를 현업에서 매순간 활용 가능한 고급 마케팅 정보로 재탄생시키는 거대 데이터베이스의 초석을 다진 셈이다. 김 실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 기술개발 부문 내 여성인력으로는 처음으로 임원(상무)으로 승진했다.
"데이터 통합이 진행되는 2년여 동안 24시간을 데이터베이스 생각 뿐이었습니다.아침 8시에 출근해 밤 9시 퇴근했는데 시스템에 장애가 생길까봐 잠을 잘 때도 휴대폰을 놓지 못했어요."
이런 그를 두고 주변에선 "일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김 실장의 생각은 다르다. 스스로 업무에 몰입하고 일의 가치를 만들면 저절로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언제였냐는 질문에 김 실장은 망설임 없이 "지금"이라고 답한다. "빅데이터에 대한 환상이 많지만 (빅데이터) 활용은 이제 시작단계고 앞으로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겁니다. 데이터를 고객과 기업 모두가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게 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