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공공 빅데이터 사업 중 큰 규모에 속하는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 통합자료분석시스템 구축사업이 시작부터 잡음에 휘말리고 있다. 솔루션 중심의 빅데이터 사업이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하드웨어(HW) 중심 사업으로 변질돼 업계의 출혈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우려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통합전산센터(이하 센터)가 지난달 말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합자료분석시스템 구축'사업을 발주한 가운데 총 11개 업체가 성능테스트(BMT)를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센터에서 운영 중인 2만여대의 보안, 네트워크, 서버 등 기기에서 발생하는 로그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으로 그동안 관리하지 못했던 보안로그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실시간 사이버공격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3ㆍ20, 6ㆍ25 등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공격이 잦아진 상황에서 센터는 연내에 이 시스템을 구축해 사이버공격에 대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총 93억원 규모로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빅데이터 사업 중 규모가 큰 편이어서 발주 전부터 업계의 관심이 컸다. 그간 공공 빅데이터 사업이 많으면 5개 이하의 사업자들이 참석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이번 센터 사업은 업계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업계의 기대와 달리 이번 BMT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센터가 HW 사양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참여 업체간 과도한 BMT 경쟁이 벌어지면서 빅데이터 솔루션 사업이지만 HW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BMT의 핵심은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자료를 찾아내는 `속도전'이다. 이 때문에 평가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성능이 빠른 HW 찾기에 혈안이 돼있다. 이유는 발주처인 센터가 이번 BMT에 업체들이 SW와 HW 모두 준비하도록 하고, `x86서버'라는 기본적인 요건밖에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에 업체들은 SW보다 최대한 빠른 속도를 이끌어 내는 HW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인 솔루션 BMT의 경우 업체들이 준비하는 HW는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1대, 데이터베이스(DB)서버 1대 등 2대 정도로 많아도 3대를 넘지 않는 게 관행이다. 그런데 이번 BMT에서는 10대 이상의 서버를 준비하는 곳들이 대부분이고, 어떤 업체는 20대가 넘는 서버에 SSD까지 탑재하는 등 HW 성능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배 보다 배꼽이 터 커지고, 진정한 의미의 빅데이터 솔루션 테스트가 되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게 빅데이터 솔루션 사업인지 하드웨어 장비 구매 사업인지 모르겠다"며 "입찰에서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과연 90억원으로 이같은 HW 스펙을 맞춰 납품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제안한 HW 사양에 맞춰 준비하느라 업체간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센터 관계자는 "발주 자체가 SW 성능을 최대한 이끌 수 있는 HW까지 공동 구매하는 것으로 났기 때문에 센터에서 HW 환경을 일관되게 요구할 수 없다"며 "최고의 속도를 제공하는 게 주요한 만큼 업체들이 판단해서 HW와 최대한 결합될 수 있는 SW를 제안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사업이 공공 대표 빅데이터 사업인 만큼 다른 공공 빅데이터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HW와 SW가 최고의 조합으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HW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임원은 "공정경쟁이 구현되려면 적어도 동일한 IT환경을 제공해주거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줘야하는데 이렇게 업계 자율에 맡겨버리면 우선 점수를 따고 보자는 생각으로 제대로 된 빅데이터 환경을 갖추기 어렵다"며 "안 좋은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HW 스펙 제한 또는 동일한 HW 환경 아래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