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미국 뉴욕주 세금재정부와 주검찰은 3명의 세무사가 연루된 세무 사기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사기범들은 지난 2010년부터 무려 350 여건, 액수로는 600만달러에 달하는 부정환급을 시도했다. 이들의 수법은 절묘했다. 자신들에게 세무신고를 의뢰한 고객들에게 마치 특별환급이 가능한 것처럼 속여서 고객의 주택을 세금환급비율이 높은 뉴욕시 특정지역에 소재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고, 고객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시 해당 세금환급 차액을 자신들이 받아 챙기려한 것이다. 그러나 환급관련 수표들이 같은 주소로 배송되고 있다는 사실이 환급 신고 데이터분석결과 드러나 결국 꼬리가 밟혔다. 이들은 모두 중범죄로 기소됐고 세무사 자격박탈과 함께 최대 15년 형을 살게 됐다.
세무전문가가 연루된 이 사건은 미국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신용사회이자 자발적인 신고중심으로 세무처리가 이뤄지는 미국에서 이 같은 사기는 과거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토마스 메톡스 뉴욕주 세금재정담당 커미셔너는 “수년전만해도 이같은 사기를 적발하리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드러나지않았을 뿐 이런사건은 비일비재하며 갈수록 지능화되는 탈세나 부정환급을 막기위해서는 IT기반 빅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타 혁명은 세무분야에서도 빛을 발한다. 세금은 곧 국가의 재원이자 사회인프라 확충과 국방, 복지 등 국민을 위해 쓰인다. 하지만 탈세와 탈루가 만연한 분야이기도하다. 징세 프로세스의 허점을 노린 탈법이 지금 이 순간 자행된다. 박근혜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부르짖는 것도 세원 확대없이는 복지재원 마련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빅데이터를 탈세방지에 접목한 뉴욕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빅데이터로 탈세 막는 뉴욕주=뉴욕주는 미국 54개주에서 가장 부유한 주다. 지난해 뉴욕주 재정은 950억달러(107조원)였다. 특히 세수는 859억달러(96조원) 규모인데 이는 250조원규모인 우리나라의 40%에 달한다.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시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징세액이 많다고 해서 재정이 마냥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 사회복지 등 쓸 곳은 늘고있다. 따라서 탈세나 탈루, 부정환금을 막는 게 지상과제다.
특히 부정환급 방지는 뉴욕주 세무당국의 최대이슈다. 미국의 세제는 원천징수한 뒤 환급하는 구조다. 이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비율에 따라 나눈다. 과세부담이 엄청난 대신 환급액이 커서 대부분 납세자들이 환급액을 한 푼이라도 더 타내기위해 노력한다. 환급은 우리 연말정산 처럼 나이나 자녀유무, 사업비용 등을 신고해 돌려받는 것이다. 신용사회의 특성상 모든 납세자의 환급 신고는 '성실한 것'으로 간주한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과 달리 주민등록제도가 없어 사회보장번호와 같은 간접정보를 활용하는데, 사기나 불성실신고를 잡아내는 게 한계가 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한다.
매톡스 커미셔너는 "모든 납세자가 선량하고 성실할 것이라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않다“면서 ”일부 불성실한 신고자나 부정 환급시도를 잡아내는 것이 필요한데 갈수록 그 기법이 지능화되고 복잡해져 이를 적발해내는 IT시스템의 수준도 높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뉴욕주는 CISS(Case Identification & Selection System, 탈세방지시스템)에서 해법을 찾았다. 2000년도 초반 구축된 CISS는 환급사기적발에 가히 혁명을 일으켰다. 각종 세금관련 신고데이터를 분석해 이상패턴을 보이는 납세자들을 감지해 이를 일선 세무조사관들에게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CISS 이후 사라진 게 바로 부양가족의 허위신고다. 가령 과거에는 자녀가 둘인 부부가 각각 자녀공제를 신청해도 바로 잡아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부부의 총 자녀수를 실시간 확인한 뒤 환급자체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판매세 허위환급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가 매출액과 고용한 종업원 수를 허위신고해도 원재료 납품업체나 종업원들의 소득세 신고를 바탕으로 허위신고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현금거래가 많은 소규모 자영업자라도 매출과 매상이 훤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톡스 커미셔너는 “많은 나라에서 지하경제가 창궐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우리 시스템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벤치마킹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세무조사관, 납세자 모두 만족=뉴욕주 CISS는 미국 연방국세청(IRS)의 탈세방지시스템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IRS는 미국민 전체를 담당하는 만큼 데이터를 보유하는 한 언젠가는 적발과 환수가 가능하지만 주정부의 경우 주민이 타주로 옮기거나 해외로 이주할 경우 환수할 방법이 없어진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환급부정을 막아내는 게 곧 주정부 세수를 높이는 척도인 셈이다.
비단 적발율만 높아진 게 아니다. 과거에는 현장 세무조사관들이 미심쩍은 환급신고를 확인하기위해 경험에 근거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해야했다. 이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허위신고 패턴이 이미 모델화돼 사전에 파악할 수있게됐고, 현장 조사시에는 물증만 찾으면 된다. 그만큼 업무집중도가 높아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조사관 1인당 하루 처리 업무건수는 8건에서 2011년에는 13건으로 늘어났다. 수상한 환급신고의 경우 일단 환급을 중단하고 추가 증빙을 요구하는 메일을 발송하는데, 2003년 5만 5700여건에서 2011년에는 그 4배인 23만 1300여건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환급거절액은 5600만달러에서 6배 가까운 3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그만큼 주재정이 튼실해진 것이다.
CISS는 납세자에게도 이득이 된다. 성실한 납세자는 불필요한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세무조사는 일종의 무작위 표본조사(랜덤샘플링) 방식을 취했다. 표본으로 선정되면 선량한 신고자라도 조사에 응해야한다. 그만큼 불필요한 낭비와 마찰이 있었다. 반면 CISS가 고도화되면서 현재는 의심스런 신고만 조사하고 환급절차도 단축됐다. 자발적 납세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한국IBM 김경전 실장은 “많은 나라에서 세원이 한정된 반면 탈세나 탈루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면서 "빅데이터 기반 탈세방지시스템은 허위신고나 사기방지에 탁월해 세원확대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