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보건의료 정보를 보유한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경쟁적으로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서비스는 비슷한 반면 활용 데이터는 제한적이어서 반쪽 짜리 서비스가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6일 `빅데이터 활용과 미래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자체 보유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예보와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심평원이 추진하는 질병예보 서비스는 과거 5년간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기상청의 날씨 자료를 활용해 일별로 온도, 습도, 일조량, 황사 등 환경 요인에 따른 대표적인 계절성 질병들의 위험도를 국민들에게 날씨 예보와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질병 모니터링은 실시간 의약품 처방ㆍ조제지원(DUR) 시스템을 활용, 지역별 질병 발생 상황을 감시하는 사업이다.
이같은 사업은 앞서 건보공단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국민건강 주의 예보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은 공단이 보유한 국민건강정보 DB와 다음소프트의 소셜미디어 정보를 융합해 주요 유행성 질병에 대한 위험도와 지역별ㆍ연령별 위험도 등을 예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 기관의 질병예측 서비스는 활용정보의 차이는 있지만 수요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차이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양 기관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할 경우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기 서비스를 추진해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건보공단은 보험자격 정보, 건강검진 정보 등을, 심평원은 실시간 의약품처방조제지원(DUR) 정보, 의약품 유통거래 자료 등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별도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정보를 함께 통합해 서비스하는 것보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양 기관은 질병예보 서비스 외에도 연구용 건강정보 DB 공개, 개인 건강 기록(PHR)을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 등 비슷한 맥락의 빅데이터 활용 계획을 갖고 있어 이번 사업 외에도 사업 중복과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자료의 규모와 다양성, 질적인 측면을 갖춰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빅데이터의 특성상, 정보 활용을 위해선 양 기관의 정보 교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 기관도 협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현표 심평원 통계분석팀장은 "공단과 중복된 정보를 활용하는 사업은 협의해 사업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며 "논의를 통해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진행하고, 각기 특화된 부분을 중심으로 차별화 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순근 건보공단 건강관리실 부장은 "공단이 건강보험에 대한 일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심평원은 고유 업무인 심사와 적정성 평가에 맞는 시범연구 등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관련 업무 범위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두 기관이 서로의 칸막이를 쉽게 걷어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연구소장은 "빅데이터는 많은 자료의 수집과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보 제공을 고유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조직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