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닝 티슈, 다리 화장용 레그밤, 아이 크림, 트리트먼트 샴푸, 수분 충전을 위한 미스트, 피부에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위한 앰풀….
30세 여자 회사원 민 모씨가 받은 상자 속에 들어 있는 화장품이다. 모두 새롭게 시장에 선보였거나 인기몰이 중인 정품과 시제품들이다. 민씨는 일정 금액을 내고 늘 다른 조합으로 구성된 `뷰티박스`를 매월 집으로 배달받는다.
새 제품을 부담 없이 접해볼 수 있는 데다 최신 유행에 뒤처질 걱정이 없어 전 세계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이 상자를 찾는다. 이 같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사업모델로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회사가 바로 글로시박스(Glossybox)다.
매일경제신문이 찰스 본 애버크론(Charles Von Abercron) 글로시박스 창업자 겸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했다. 본 애버크론 대표는 "각 나라에서 `미(美)`의 정의는 해당 국가 문화와 밀접히 연관될 수밖에 없다"며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글로시박스는 미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 중국 한국 등 전 세계 16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본 애버크론 대표는 "이 같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시박스 안에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춘 제품과 소비자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유행하는 제품이 함께 들어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트렌드 조사를 담당하는 직원(trend scout)들이 전 세계 패션쇼를 방문하고 블로거, 아티스트, 디자이너들을 만난다"고 설명했다.
글로시박스의 성공을 본 다른 뷰티 관련 기업들이 앞다퉈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뷰티박스`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본 애버크론 대표는 "우리는 새로운 프리미어 브랜드를 매우 자세히 소개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한 박스를 구성함으로써 뷰티 비즈니스 선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사업방향 전환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보그, 하퍼스 바자 같은 패션전문지와의 파트너십, 그리고 영국의 빈티지 전문가 펄 로와 미국의 맞춤 일러스트 겸 스타일 컨설팅 전문가인 댈러스 쇼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과의 협업도 글로시박스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글로시박스의 또 다른 힘은 전 세계에 있는 고객 성향을 분석한 방대한 데이터에서 나온다.
본 애버크론 대표는 "글로시박스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된 시장 리서치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우리를 먼저 찾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브랜드 파트너들은 글로시박스를 통해 각종 상품과 소비자 성향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용어설명>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 소비자가 잡지를 구독할 때처럼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화장품 등 생활물품을 정기적으로 배달받는 전자상거래 형태. 쇼핑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정보 검색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에게 최적의 `맞춤형 소비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로 주부와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