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소니를 제치는 등 한국의 각종 ICT 수준과 지표가 일본을 앞선 것은 한국인 특유의 열정 DNA가 잘 발현된 결과이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 시스템을 결정지을 ‘빅데이터’에서는 다르다. 이 분야에 오래 전부터 인프라 투자를 해온 일본의 빅데이터시장은 오는 2016년 8억달러 규모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그들의 3분의 1도 안되는 2억6000만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ICT에 관한 한 일본에 연전연승하다가, 막판 빅데이터 싸움에서 대패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영국에서도 부처별로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빅데이터 활용 기본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그해 7월 총무성 주관하에 마련한 차기 ICT 전략인 ‘액티브 재팬(Active JapanICT)’ 5대 중점 영역에 ‘빅데이터 이용과 활용에 의한 사회 경제 성장’을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는 민간 분야의 빅데이터 연구 및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데이터 개방 ▷기반기술 연구개발 표준화 ▷해석전문가 등 인재 양성 ▷통신 촉진 ▷규제 개선 ▷산학관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실 내 과학기술정책실은 지난해 3월 빅데이터 기술 연구개발에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빅데이터 연구개발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데 이어 한 달 후 대통령 직속 빅데이터협의체(Big Data Senior Steering Group)를 발족했다. 거의 모든 부처가 참여해 세밀한 부분까지 ‘국가 개조’ 차원의 빅데이터 활용 계획을 점검하게 된다. 미국 행정부는 빅데이터를 안보강화, 교육개혁, 과학기술 발전 등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 국세청은 이미 빅데이터를 이용한 탈세방지 등 시스템을 개발해 연 3450억달러의 누수를 막은 바 있다.
이미 2004년 최신 과학이론과 데이터 분석을 정부 혁신 및 정책 개발에 활용키로 하고 정부 내 HSC(Horizon Scanning Center)를 설치했던 영국은 기업혁신기술부(BIS)에서 지난해 3월 빅데이터를 통한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데이터 전략위원회(Data Strategy Board)’를 만들어 데이터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특히 민관의 다양한 연구개발 붐 조성을 위해 데이터 개방에 역점을 두고 플랫폼(data.gov.uk)을 정비해 접근성을 강화했다.
싱가포르는 미래에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한 대비와 현재적 위기 관리를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국가 안전을 위한 전략적 예측의 전문 기구’ 출범을 목표로 빅데이터 분석과 결과물의 적용을 주도할 운영기관, ‘RAHS Programe Office’를 설치했다. 이 기관은 환경 및 이슈 분석, 정책수립 능력 강화, 기술 실험 등 3개 센터로 구성됐으며 테러, 인구, 교육 등 모든 위기와 기회요인을 종합 분석해 정책개선 및 새 정책 입안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중국은 우리의 7배에 달하는 빅데이터 활성화 관련 투자를 하고 있다.
ICT 1등 국가라는 한국은 그러나 주요 국가에 비해 2년6개월가량 뒤처진 채 서둘러, 그리고 대대적으로 따라잡기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