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일본 기상청은 동쪽 해안 항만지역에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눈은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도 어긋난 일기예보. 하지만 이를 정확히 예상한 것이 빅데이터다. 사설기상예보기관인 웨더뉴스는 당시 항만 주변에 눈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루 평균 5만 건에 달하는 정보를 수집, 한정된 지역에서 수시간 앞까지의 상황을 예측해 더욱 정확한 결과를 내놓은 것.

일본은 기상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빅데이터 활용 기본전략'을 발표했다. 또한 같은 해 7월에는 총무성이 차기 ICT 전략인 '액티브 재팬' 5대 중점영역에 '빅데이터 이용과 활용에 의한 사회 경제 성장'을 포함시켰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제적 효과는 연간 7조7700억엔(한화 약 88조원)에 달한다. 관련시장의 연평균 성장률도 33.9%에 달한다.

분야 별로는 △소매업 분야 판매 촉진 및 발주 최적화 등으로 약 1조1500억원엔 △제조업의 인건비 효율화 및 전기요금 절약 약 4조7000억엔 △농업 분야 생산비 감소와 판매 단가 향상에 따라 3972억엔 △인프라에서 교통연비 절감 등의 효과로 약 1조4300억엔(약16조)의 경제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의 빅데이터도 크게 늘고 있다. 일본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빅데이터가 교환된 양을 나타내는 '일본 내 유통량'은 2012년 총 221만 테라바이트로 42만 테라바이트였던 2005년 대비 550% 급증했다.

 

농작물의 품질관리에는 이미 빅데이터가 이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하쿠이 시는 인공위성 화상데이터 등을 활용해 쌀의 맛을 측정하는 '하쿠이시 방식 인공위성측정업무'를 개발했다"며 "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 지역별 쌀의 단백질 함량을 파악해 일반적으로 맛있다고 평가받는 단백질 함량 6.5% 이하의 쌀만 취사선택한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하쿠이 시는 고품질 쌀을 브랜드화 하는데 성공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이 시스템을 판매해 별도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시민 수도 크게 늘었다.

 

특히 일본은 총무성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외에도 각 기업들의 빅데이터 도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지진이 잦은 환경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안전전략도 빅데이터가 큰 역할을 한다. 일본 NTT도코모는 자사 휴대폰 이용자의 위치를 분석해 각 시기 별로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를 통해 휴일, 혹은 저녁 시간 등 각각 시기별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임시 대피소의 수용능력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NTT 도코모 측은 "각각 규모의 지진이 언제 발생하느냐에 따라 안전조치 시뮬레이션을 미리 진행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도시계획 초기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임시대피소 규모 및 위치 등을 미리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로손 등 편의점 역시 고객의 세부정보가 입력된 포인트카드를 활용해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이용자 조건에 따른 상품구입 횟수와 품목을 집계했다. 로손은 이 정보를 활용해 히트상품 발굴로 연결했다. 젊은 여성층이 반복적으로 구입한 신제품 정보를 파악, 제품 공급을 사전이 미리 늘린 것.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일본 빅데이터의 유통·축적량 증가는 생산성 향상 및 자본 축적의 증가 등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특히 비즈니스 창출에 의한 고용창출 효과, 투자활동과 생산성 향상의 순환에 의한 간접효과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김경희 코트라 오사카무역관 차장은 "일본 빅데이터시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IT기술을 산업에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빅데이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한국도 일본 선행기업과 정부의 사례를 참고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