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노동시장 문제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일자리는 지속 가능한 복지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정부가 고용률 70%와 중산층 70%를 같은 차원에 놓고정책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자리는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함께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하르츠개혁(2003년)과 바세나르협약(1982년) 이후 고용률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사례를 보면 적절한 정책방향이다. 다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계층 간 근로조건의 차이가 심화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일자리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과 병행하여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같은 수준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과 생활 양식의 다양화로 인해 직업 세계도 다양하게 분화·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틈새 시장에서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가 그것을 제시해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역발상'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어 일자리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계정이나 댓글 등 사이버 공간에서 고인의 흔적을 지우는 일을 하는 '디지털장의사', 고령화가 심화되는 추세 속에서 독거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이들의 주거생활을 돌봐주는 '독거노인 말벗 도우미', 빅데이터를 가공하는 '데이터 마이너' 등을 들 수 있다. 이 직업들은 우리 사회의 메가트렌드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면 상당한 수요가 형성될 수 있다.
누군가 시장을 만들어주고 안정적 수요가 창출되기를 기다리기만 해선 선발자(先發者)의 이익을 향유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고객의 잠재수요를 찾아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부작용도 적고 지속 가능성도 크다. 정부에서는 외국의 신(新)직업들이 우리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적합한 교육훈련이나 자격제도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