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IT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핫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IT 시장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나갈 키워드로 간주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재선으로 이끈 숨은 일등공신이자, 보스턴마라톤 테러범을 체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성공 스토리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듯하다.
빅데이터를 도입하지 않는 국가나 기업은 혁신에 뒤쳐진 옛것이고 미래가 없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정부 3.0'을 완성시킬 수 있는 도구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은 너도나도 빅데이터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빅데이터가 말 그래도 `빅'한 존재가 됐다.
빅데이터는 사회 곳곳에서 생성되는 계산되거나 계산되지 못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제해 원하는 답을 추출해준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핵심 열쇠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는 Y2K 특수 이후 좀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IT 시장의 새 금맥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약 149억달러 규모로 예상된 빅데이터 시장이 오는 201 8년에는 463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IT 기업들에게 빅데이터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황금향 `엘도라도'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다국적 IT 기업들은 하둡 같은 낯선 빅데이터 기술들을 내걸고 고객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도 우리도 빅데이터를 한다며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만든 바람이 어느덧 열풍이 되고 태풍으로까지 커졌다.
내로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빅데이터 도입에 나서더니, 정부도 잇단 빅데이터 사업을 발주하며 동참하고 있다.
마치 빅데이터를 쓰면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는 문제가 술술 풀리고, 기업에게는 손쉽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마법의 지팡이'처럼 과대포장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젠 빅데이터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맹신하게 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빅데이터는 문제를 풀 도구이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전쟁에 나선 장수에게 칼은 이기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듯이, 빅데이터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기 위한 수단이지 답은 아니다.
지금 빅데이터를 도입하려는 상당수 기업들은 이를 도구로 보지 않고 목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필요하지도 않은 곳에 빅데이터를 도입하거나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거액을 투자해 도입한 빅데이터 기술이 제대로 쓰이지도 않고 사장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빅데이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대부분 빅데이터의 과대포장을 경계하고 있다.
과거 CRM(고객관계관리)나 클라우드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빅데이터는 검증된 성공 시나리오 없이 너무 커버렸다.
클라우드가 침체기를 겪고 다시 부활한 것처럼 빅데이터는 언제든 화려하게 쓰일 기술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을 사회적, 경제적 낭비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빅데이터를 보는 눈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
빅데이터는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만능열쇠가 아니고 답을 찾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사전에 필요한 지, 어디에 쓸 것인지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IT 기업들은 지금처럼 막연한 청사진만을 제시하지 말고 고객들에게 빅데이터를 도입했을 때의 효과 등을 정확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IT 기업도 고객도 같이 살 수 있다.
빅데이터는 요리사에게 필요한 훌륭한 칼이 될 수는 있지만, 맛있는 요리가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