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세한 중소 IT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테스트베드가 정부기관용으로 전락했다. 테스트베드가 문을 연 후 제대로 된 지원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해 둬, `생색내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5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0년 문을 연 클라우드 테스트베드의 이용자 중 매출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 이용자는 총 23개 기업 중 8곳에 불과하다. 대신 서울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유큐브, 청담정보기술 등 중견시스템통합(SI)회사와 SW유통 기업 등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10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중소 IT기업과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테스트베드 센터'의 문을 열었다.
이 센터는 정부가 대기업들과 매칭 펀드 방식으로 2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클라우드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입, 벤처나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으로 개설했다. 당시 센터 개소식에 참여한 중소 업체들은 "클라우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시험 공간을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테스트베드에서 무료로 기술을 검증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현재 이 테스트베드는 취지가 무색하게 운영되고 있다.
올해 테스트베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총 6건의 사업 중 매출 50억원 미만의 중소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오히려 테스트베드에서 제공되는 총 300대의 서버 가운데 3분의 1(100대)을 교육부가 `스마트교육 서비스 기술개발 시범사업'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래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올해 한시적으로 스마트 교과서를 테스트하는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우선 시 돼야하지만 공공기관도 클라우드 수요 활성화 차원에서 무료로 시설을 이용해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테스트베드가 설립 취지를 잃은 데는 정부의 부실한 관리와 생색내기 정책이 크게 역할을 했다.
방통위는 2011년 유지보수와 전기료 명목으로 10억원을 지원한 이후 지난해와 올해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울(서버100대)과 대전(서버200대)에서 운영중인 테스트베드는 관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가 전기료 등을 일부씩 부담하면서 겨우 사업을 이어왔다.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올 초까지 교육과학기술부(현재 미래부) 산하기관이었다는 점을 볼 때 100대의 서버를 무상으로 쓰는 것은 일종의 `권리'주장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현재 미래부는 내년도 테스트베드 운영 예산을 신청한 상태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와 관련 업계는 국민의 세금이 더이상 낭비되지 않도록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테스트베드가 얼마나 산업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한 효용성 점검과 함께 실태파악을 거쳐 당초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유도하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많은 벤처와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클라우드 환경을 염두에 둔 제품들을 개발하려 하고 있는데 정작 이들을 도와줄 테스트베드를 연구개발 자금이 있는 정부기관이 사용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다는 처음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