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디지털 판옵티콘(원형 감옥)에 갇혀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당신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영원히 남게 돼 후세가 당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워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하려면 원형 감옥의 문을 열 수 있는 키(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 옥스퍼드대 교수는 17일 열린 세계지식포럼 `빅데이터, 상상 이상의 것` 세션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개인이 기억하기 싫은 아픈 과거를 영원히 잊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기술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을 옥죄는 도구가 된다면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는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 있는 정보와 스토리를 추출하고, 이를 의사결정이나 미래 예측에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 발달과 스토리지 비용이 갈수록 싸지면서 잊는 게 자연스러웠던 사람들의 기억이 잊히지 않고 있다. 남기고 싶지 않은 정보가 사이버 공간에 영원히 남게 되면서 사생활 침해뿐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데이터의 위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미국 월가에서는 위성 이미지 데이터로 기업 분석을 하고 있다. 백화점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위성사진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에 의뢰해 다양한 데이터를 얻는다. 예컨대 로스앤젤레스 지역 월마트에 매일 방문하는 사람 수와 주차 차량을 시간대별로 집계한 데이터다. 애널리스트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월마트의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을 산출한다.
제프 모스 국제인터넷주소기구 책임자는 빅데이터로 인해 `데이터를 가진 자`와 `데이터를 가지지 못한 자` 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예로 들며 "만약 내가 권력 있는 정치인 자식들이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면 절대로 데이터가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런 의식이 없는 사람들은 이후에 데이터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므르 아와달라 클라우데라 창업자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보관하면 사회적으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하지만 빅데이터로 저장된 데이터가 특정 개인을 공격하는 형국이라면 정보의 유용성(편익)과 사생활 침해(비용)의 경중을 떠나서 개인을 보호해줄 사회적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 책임자는 "사생활 정보가 빅데이터 공간에 저장되었다면 저장할 때부터 데이터가 언제까지 유효한지 기간을 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사람들의 알 권리와 특정 개인의 (잠재적) 사생활 침해 간에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쇤베르거 교수는 "빅데이터는 성장 측면에서 아직 과도기 국면을 지나고 있긴 하지만 `잊힐 권리`와 같은 제도적 측면도 함께 마련해야 의미 있는 발전이 가능하다"며 "정부, 사회, 기업이 빅데이터의 가치와 함께 부작용도 함께 인지하고, 각 영역에서 개선점을 찾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