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x86 서버 시장에서 리눅스 운영체제 도입률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부기관과 기업 중심으로 리눅스 운영체제를 도입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지요.”
지난 4월부터 한국레드햇을 이끌고 있는 함재경 지사장은 자신감에 넘쳤다. 올해만 해도 국순당, 한국발명진흥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이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를 도입했다. 함 지사장은 국내 시장이 오픈소스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으며,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오픈소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레드햇은 2000년 국내에 처음 진출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상용 오픈소스 업체로 주가를 올리던 레드햇이었지만, 국내 분위기는 싸늘했다. 보안과 안정성을 이유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객이 대다수였다.
‘서브스크립션’(정액제)이라는 다소 생소한 방식의 레드햇 솔루션 사용법도 문제였다. 레드햇은 솔루션을 판매하는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 기업과 달리 기술 지원을 약속하는 서비스를 연간 단위로 계약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문을 구독하기 위해 매달 일정액을 내듯, 레드햇 솔루션을 사용하려면 솔루션 구입 비용이 아닌 일정 금액을 정해진 기간동안 지불해야 한다.
레드햇은 서두르지 않았다. 우선 오픈소스에 대한 인식부터 고쳐나갔다. 오픈소스라고 해서 ‘무료’인 것은 아니며, 상용 오픈소스 제품은 안정성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신 그에 대한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1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레드햇의 장점을 이해하는 사용자가 차츰 늘기 시작했다.
“사용자는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가장 좋아하더군요. 다른 기업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한 번 구입하면 종속되기 쉽습니다. 우린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그만두면 그걸로 끝입니다. 오픈소스 솔루션이다보니 서비스 계약을 끊어도 솔루션은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레드햇의 성과는 수치로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리눅스의 연평균 성장률을 19%로 점쳤다. 같은 기간동안 5.9%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윈도우 OS 성장률과 비교해 3배나 높다. IDC는 국내 리눅스 시장이 2011년 1480억원에서 2016년 215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함재경 지사장이나 한국레드햇이 공식 행사마다 주장했듯, 서버 시장의 50%가 리눅스로 운영될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미국 원자력 잠수함 시스템이 리눅스 기반입니다. 보안 걱정 없이 안전하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움직이는 걸 부담스러워했던 국내 고객에게 좋은 사례가 됐습니다. 이젠 리눅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한국에 뿌리내릴 예정입니다.”
한국레드햇은 사업 초기 RHEL과 같은 운영체제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다. 그러다가 제이보스라는 미들웨어 시장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제이보스는 운영체제 시장보다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에 연착륙했다. 운영체제와 미들웨어에서 얻은 자신감 탓일까. 함재경 지사장은 클라우드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클라우드는 이제 시작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클라우드 관련해 선보일 제품이 없었는데, 올해부터 오픈스택과 클라우드폼즈 같은 클라우드 관련 제품이 여럿 출시됐지요. 체계적인 솔루션이 갖춰진 만큼, 클라우드 시장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한국레드햇은 지난 11월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오픈스택 플랫폼 4.0 베타’와 ‘레드햇 클라우드폼즈3.0’을 출시했다.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오픈스택 플랫폼 4.0 베타는 ‘오픈스택 하바나’와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6.5’가 통합된 형태다. 오픈스택이 리눅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만큼, 오픈스택 기반으로 클라우드를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레드햇은 클라우드 환경을 돕는 가상화 솔루션에 오픈스택 기술을 더했다.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오픈스택 플랫폼 4.0 베타는 클라우드 구축 시 물리적 노드나 가상 컴퓨팅 노드를 간편하게 추가할 수 있게 돕는다. 서버부터 스토리지, 네트워크, 관리 등 오픈스택 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가상 서버 수명 주기 관리도구인 ‘포먼’과 오프스택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인 ‘히트’, 오프스택 스토리지 기술인 ‘스위프트’, 오프스택 네트워크 기술인 ‘뉴트론’, 오픈스택 리소스 관리도구인 ‘실로미터’도 지원한다.
클라우드폼즈3.0은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가상화’뿐만 아니라 VM웨어 ‘v스피어’를 비롯한 다른 기업의 가상화 솔루션도 함께 관리한다.
“유닉스에서 리눅스 환경으로, 메인프레임에서 리눅스 환경으로 오는 데 앞으로 레드햇이 적극 나설 예정입니다. 금융권이 메인프레임 중심으로 사용하던 기간계 시스템에 유닉스를 적용하는 데도 15년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하나둘 사례가 나오고 있는만큼 국내 시장도 조급하게 생각지 않고 가다보면 기회가 올 것으로 봅니다.”
함재경 지사장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주로 데이터센터 마이그레이션에 욕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유닉스 서버 몇 대를 리눅스로 바꾸기보다는 산업 전반적인 인프라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단순히 기업에게 사용법만 알려주는데서 끝내지 않고 어떻게 클라우드에 레드햇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지 교육에도 집중하려고 합니다. 필요하다면 본사에서 사람을 데려와 인원을 충원할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