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포스트 스마트폰`이란 말이 ICT업계의 화두가 됐다. 이러한 가운데 `입는 컴퓨터'라는 개념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신체에 부착하여 컴퓨팅 행위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칭하며, 일부 컴퓨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등장하기 시작했으나, 당시에는 아이디어 차원의 미래연구의 소재로 활용된 정도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PC의 컴퓨팅 기능이 통신으로 연결되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디바이스의 경량화 및 성능의 고도화가 괄목할 만큼 이루어지면서 이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기대는 호기심을 넘어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신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려는 ICT 플레이어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패션, 제조, 콘텐츠, 소프트웨어가 함께 고려돼야 하는 융합산업의 총아(寵兒)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은 단순한 제조산업이 아니라 착용할만한(Wearable) 패션아이템으로서 심미적 가치와 디바이스(Device)의 실용적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종산업간의 융합산업이다. 실제 스마트폰의 교체주기가 평균 27개월인 반면 의류산업은 최대 3주에 불과하다. 만약 제조사가 고객의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 채 기능만을 강조하며 `소품종 대량생산'을 통해 마진을 남기려 한다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가 앞다투어 패션업체의 수석 디자이너들을 영입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새로운 제조ㆍ네트워크 패러다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플레이어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신대륙으로 등장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면 모든 사물을 연결할 수 있는 대상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로써 맞춤화된 개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서드파티(3rd Party), 비즈니스 모델과 더 나아가 글로벌 협업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여기에 `개성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3D 프린터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생산 수단의 민주화'라는 트렌드가 더해진다면,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조 기업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에서 무궁무진한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들의 뚜렷한 변화로는,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 벗어나 건강, 라이프스타일, 보안, 스포츠와 같은 다양한 영역에 접목이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작업체들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다양한 기기를 인터넷 등으로 상호 연동하는 초연결 서비스인 `사물 인터넷'과 만난다면 제품의 경쟁력은 바로 소프트웨어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앞으로 모든 사물은 네트워크에 연결되며 자체 컴퓨팅 능력을 보유할 것이다. 이러한 차세대 컴퓨팅의 핵심 4대 요소는 바로 모바일, 센서, 클라우드, 빅데이터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이중에서 `센서'를 통해 `모바일' 네트워크 허브와 연결되어 과거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다양한 대상과 확장된 데이터 종류 속에서 숨겨진 데이터들을 발굴하여 분석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제조사 및 서비스 제공자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을 통해 수집된 사용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하는 수직 계열화의 퍼즐을 완성하는 전략을 취하려 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예측하여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애플은 실제로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와 빅데이터 분석 산업에 2015년까지 약 82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신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각 플레이어간의 융합은 필수적이다. 대형 제조사는 기술을 표준화하고, 데이터 분석을 위한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빅데이터 자원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스타트업들은 시장의 반응을 재빨리 포착하여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생태계의 틈을 촘촘히 채워야 한다. 정부는 적용 기술과 개발 비용에 대한 지원으로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누구라도 생활 속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창조적 ICT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촉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