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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12 09:30
[시사IN] 모든 것을 인터넷에 연결하라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499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224 [3645]
당신 주변의 사물(事物)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예컨대 자명종 시계는 침실 벽에 걸린 달력 및 가방 속 다이어리와 밤새 다정한 담화를 나눈 끝에 당신이 오전 9시 서울역에서 대구로 떠나는 기차를 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 신통한 녀석은, 평소 당신이 집을 나서기 전에 꾸물거리는 시간(1시간)도 인지하고 있다. 현관문과 소통한 결과다.
 
경찰청의 교통정보 서버와도 친한 편이라서 그날 시내 도로가 혼잡하며, 그래서 서울역까지 자동차로 운행해서 기차에 오르는 시간을 평소 30분에서 50분 정도로 늘려 잡아야 한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침 7시10분에 자명종을 울리고, 침대에서 일어난 당신은 목욕탕으로 가서 샤워를 한다. 밤새 눈이 내렸다는 사실을 ‘벽’으로부터 들은 샤워기는 자동차를 호출해서 ‘친구, 이제 슬슬 창문에 낀 눈을 녹이지’라고 말한다.

2012년 9월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무인 자동차에 시승한 뒤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도로에서는 서울역 서버로부터 10분 연착 소식을 들은 자동차가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최근 각광받는 기술 패러다임인 ‘사물 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덕분에 가능해질지도 모르는 ‘스마트’한 세상의 모습이다.
사물 인터넷은 낯설지만 사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이다. 예컨대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하이패스 시스템은, 자동차의 하이패스 기기와 톨게이트의 판독장치 그리고 은행 서버가 서로 대화를 나누게 만든, 사물 인터넷의 작품이다. 최근 글로벌 IT 자이언트인 구글이 ‘스마트 홈(위 사례에 나오는 집) 업체’인 네스트랩스를 무려 32억 달러(약 3조4170억원)에 인수한 것을 보면, 이 부문의 시장이 상당히 커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제 사물들이 어떻게 대화 능력을 갖추게 되는지 알아보자. 인간 조직에서는 누구든 자기 고유의 정체성(다른 사람과 구별되는)을 가진다. 그래야 발언권도 생긴다. 사물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물들은 인터넷 시스템 내에서 다른 사물과 구별될 수 있는 자신만의 정체성(여기서는 IP 주소)을 보유해야 한다. 이렇게 정체성을 갖게 된 사물들은 자신에게 부착된 각종 센서로 습득한 정보를 다른 사물에게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장치가 바로 전자태그 또는 스마트 태그라 불리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극소형 칩에 상품 정보를 저장하고 안테나를 달아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다. 이로써 사물들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것이다.
사물에 센서와 RFID를 부착하는 것으로 이런 일들이 가능해지며, 그 중심에는 ‘모든 사물’을 포괄하는 인터넷이 있다. 문자 그대로 ‘만유(萬有)의 주(主)’가 아니라 ‘만유의 인터넷’이다.
 
여기서 사물들의 소통 목적은 단 하나, 즉 인간의 편리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사물 인터넷이 적용되는 사물은 단지 전자기기만이 아니다. 의류, 액세서리, 자동차, 화분, 책, 컵, 빌딩 같은 세계의 사물 전체가 인간 개입 없이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고 인간을 위해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예컨대 화분이 ‘꽃에 물을 줄 시간’이라 외치고, 어지러운 서가에서 당신이 찾지 못하는 책은 ‘나, 여기 있어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날리며, 술잔은 과음에 대해 경고한다. 빌딩은 필요한 곳에만 전력을 사용해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물건들에 적절한 센서와 RFID만 붙이면 된다. 이처럼 사물 인터넷이 적용되는 세계는 사물들이 주인인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신속하게 반응하는 공간이 된다.
 
이를 위해 사물 인터넷 창안자들의 꿈은 “점보제트기에서 재봉틀 바늘까지 지구상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미국의 거대 IT 기업인 시스코는 2012년 현재 세계의 사물(사람·장소·물건 등)을 모두 1조5000억 개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 중 인터넷에 접속된 사물은 87억 개. 접속률은 0.6%에 불과하다. 그러나 관련 비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한편 사물끼리의 접속은 크게 늘어나고 있어 2020년에는 사물 1조8000억 개 가운데 500억 개가 인터넷에 접속될 것으로 추산된다(접속률 2.7%).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기본권 될지도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까지 인터넷을 확장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필요하냐는 것이다. 일단 인터넷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터이다. 또한 사물 인터넷은, 각종 개인정보가 기업과 경찰, 국세청 등에 낱낱이 까발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프라이버시 보호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더욱이 평소보다 술을 조금 더 마셨다고 술잔이 건방지게 잔소리하는 것도 인간에게는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빌딩관리 같은 저숙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가장 치명적으로 세계의 사물이 모두 연결된 시스템은 편리한 만큼 보호하기도 힘들다. 해킹이나 자연재해 같은 시스템 일부에 대한 작은 타격이 전체 차원에서 파멸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세계에서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가장 중요한 기본권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