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스위핑(빗자루질), 힘이냐 속도냐.` 지난해 가을 한국 컬링 대표팀은 고민에 빠졌다. 19.96㎏의 돌덩어리(스톤)를 얼음판에 밀어 과녁(하우스)에 밀어 넣는 컬링 경기에서 스톤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스위핑 동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다. 빗자루질을 통해 바닥의 얼음을 효과적으로 녹여야 하는데, 빗자루에 최대한 힘을 실어 문지르면 문지르는 속도가 늦어지고 속도를 내다보면 무게가 덜 실렸다.
컬링 대표팀은 한국체육과학연구원과 실험으로 검증하기로 했다. 직접 컬링 스위핑 측정 장비를 제작해 선수 몸에 6개의 센서를 달고 12대의 적외선 카메라를 배치했다.
발바닥에는 부위별로 가해지는 압력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깔창을 부착했다. 이를 통해 모션캡처 화면, 발바닥 압력 수치 등을 얻어 데이터 분석이 이뤄졌다.
김태완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얼음 표면 온도 변화를 지켜본 결과 힘보다는 속도가 더 에너지 효율적인 스위핑을 하게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올해부터는 컬링 경기의 전략ㆍ전술을 깊게 연구해 201 8년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사냥에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첫 번째 올림픽 도전인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승 6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가능성을 보여준 이면에는 이런 정보기술(IT)과 데이터 분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역대 한국 최고 성적을 경신한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에도 데이터 분석이 큰 힘이 됐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과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10월 봅슬레이 스타트(출발) 시간 측정 장비를 통해 선수 보폭, 힘의 방향 등을 분석해 문제점을 개선한 결과 스타트 시간을 0.3초 단축했다. 선수들의 팔다리에 8개 센서를 부착하고 4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정밀 분석해 선수들의 습관까지 바꿀 수 있었다.
1500m 트랙을 최대 시속 150㎞로 주파하는 봅슬레이는 100분의 1초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0.3초의 스타트 시간 단축은 큰 결과 차이를 가져온다.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은 체력 강화 훈련에서도 데이터 분석을 십분 활용했다.
정진욱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알파인스키, 봅슬레이 등 국가대표들의 경우 선수별로 근력, 민첩성, 순발력, 지구력 등을 정밀 측정한 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훈련에 적용하는 방식을 적용했다"며 "선수 개개인의 과거와 현재 데이터 비교, 선수 간 비교 등을 통해 문제점을 고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봅슬레이팀의 윤성빈, 원윤종, 김동현 선수 등은 이런 과정을 통해 알맞은 운동이 필라테스라고 진단받고 실행한 결과 근력, 유연성 향상 등에서 큰 효과를 봤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는 지난 30여 년간 10만회에 육박하는 측정 데이터가 쌓여 있다.
김태완 박사는 "10년치 이상의 경기 영상 데이터가 쌓여 있어 선수나 지도자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경기를 찾을 수 있다"며 "이제는 선수들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받길 원하고 지도자들도 과학적인 훈련을 추구하고 있어 스포츠 분야 데이터 활용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빅데이터학회 부산·충청지회 출범
빅데이터 관련 산학연 연합체인 한국빅데이터학회가 부산, 충청 등에 지역지회를 열면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각 지역에 특화된 다양한 빅데이터 연구ㆍ상용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빅데이터학회는 지난 11일 부산대 빅데이터 처리 플랫폼 연구센터(BDRC)에서 부산지회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부산지회는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 연구개발(R&D) 센터가 설치된 부산대를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할 예정이다.
한국빅데이터학회는 해양물류와 교통정보를 중심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부대행사 `빅데이터월드콩그레스(BWC)`와 연계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