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500억개 사물들이 스스로 소통하며 일상이 더 편해질 수 있는 최적 솔루션을 사람에게 알려준다. 오랫동안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장면들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업계는 사물인터넷이 향후 10년간 창출할 경제 가치는 총 19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화 기준으로 2경원이 넘는 이 거대한 사물인터넷 시장에 IT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사업자들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속속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사물인터넷은 아직도 낯설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엄청난 규모의 시장 수치와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을 알고 있는 소비자의 비율은 단 16%에 불과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교통, 유통 등의 영역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매우 낮은 수치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먼저 일반 소비자 시장의 개화가 필수적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IDC의 전망에 따르면 소비자 부문의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제조나 공공부문보다 클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점차 소비자 시장으로 중심 축이 이동하고 있다. 올해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물인터넷 분야는 네트워크와 연결된 양말, 칫솔, 의류 등 생활 밀착형 제품이었다.
발의 피로도를 분석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양말이나 얼마나 효과적으로 양치질을 하는지를 측정하고 알려주는 전기칫솔 등은 대형 IT기업들이 내놓은 플랫폼 위주의 서비스보다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사물인터넷의 효용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 나아가 개인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 제품 중심의 사물인터넷 시장은 창의성에 바탕을 둔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의 창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고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에 네트워크를 연결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사물인터넷 솔루션의 절반은 이와 같은 제품 기반의 스타트업들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지금까지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은 주로 U시티 및 대형 시설 관제 같은 대규모의 구축형 사업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정보통신사업자와 제조사 등 관련 사업자들은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모든 사물들을 제어할 수 있는 독자적인 플랫폼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플랫폼 중심의 사물인터넷 사업은 소비자 시장으로의 확산을 오히려 더디게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서 소비자가 구매하는 건 플랫폼이 아니라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 관점의 사물인터넷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인터넷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는 스마트홈을 보자. 스마트홈은 지난 10여 년간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 대신 독자적인 플랫폼 논의만 지속하며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랩의 스마트 온도 조절기나 전문 제조사인 벨킨의 전력관리 플러그 같은 세련되고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을 통해 서서히 스마트홈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급성장하는 사물인터넷 시장의 기회는 사업자들의 거창한 구호나 장밋빛 비전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먼저 번뜩이는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소비자의 가치를 하나라도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먼저 내놓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