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잇단 비리 의혹과 오보 논란으로 ‘비리청’·‘구라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기상청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고윤화(사진·60) 기상청장. 고 청장이 취임 6개월여만에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이후 성과물 중 하나를 공개했다. 번번이 빗나가는 강수량 오보를 줄이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다.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니 국민들은 비가 오는 지, 안 오는 지도 궁금해 하지만 비가 얼마나 올 지, 오면 언제 내리기 시작해서 언제
고윤화 기상청장 `기상 빅데이터로 국민 가까이 가겠다`
그치는 지에 관심이 많더군요. 비가 얼마나 올지 정확히 예보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검토해서 개선 방안을 만들었습니다.”
비 소식을 예보하는 강수 유무 정확도는 지난해 기준 92.8%나 된다. 반면 강수량 예보 정확도는 강수 유무 대비 4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비가 올지 ,오지 않을지는 10번 중 9번은 맞추지만 강수량 예보는 10번 중 6번은 틀린다는 얘기다. 기상청은 강수량에 따라 각각 오차범위를 정해 놓고 예보치와 실제 강수량 편차가 이를 벗어날 경우 오보로 판단한다.
기상청이 마련한 ‘강수 정량예보 개선 방안’은 10년짜리 장기사업이다. 관측 장비를 첨단화하고, 확충하는 한편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이용한 예보관별 맞춤형 예보 지원시스템을 개발해 강수예보 오차를 줄이는 게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2023년엔 여름철 강수량 예보 오차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상청이 보유한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목표만 달성하면 세계 7위권으로 평가받는 우리의 예보 능력이 2~3위권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고 청장은 취임 이후 기상청이 보유한 막대한 ‘기상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10일엔 정부와 민간이 공동 참여하는 ‘기상기후 빅데이터포럼’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연다. 고 청장은 정부3.0 민간자문단장인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와 함께 이 포럼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7000여개에 달하는 나들가게(골목 수퍼마켓)을 지원하는 사업을 중소기업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들가게에서 판매되는 상품 목록을 기상정보 데이터와 연결해 날씨에 따라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고, 안 팔리는 지 파악해 각 가게별로 제공함으로써 재고와 매출 관리를 돕는 시스템입니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민간 기업이 참여해 상업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고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상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구상들을 쏟아냈다. 이 중 해수면 온도 등을 파악해 어선에 어군 정보를 제공하거나 기후 정보를 통해 주요 작물의 작황을 예측하는 사업의 경우 각각 수산과학원과 농업진흥청과 함께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기상청 직원들은 기상학과 출신이 대부분이다 보니 하늘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땅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갈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