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추진되는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Open PaaS)' 연구개발(R&D)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인해 난항이 예상된다. 이미 R&D 사업을 신청했던 중소기업들 중 절반은 예산 문제로 신청을 취소했다. 플랫폼 개발의 중요성에 비해 예산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외산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에 비교되는 부분이다.
22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이달 초 시작된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 기반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을 위한 R&D 사업 공고에 10개 중소기업이 신청했었지만 현재 5개 기업이 자진 포기했다. 3년간 총 75억원이라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자칫 용두사미에 그칠까 우려가 된다.
책정 예산(15억원) 규모가 작고 사업비도 신청 기업이 50%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자진해서 부담금을 내고 남아있겠다는 5개 기업은 연구기술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 신생기업이 대부분이다.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30억원씩 예산이 배정되어 있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된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모바일 플랫폼의 경우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양대 운영체제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플랫폼은 아직 이렇다할 선도자가 없다.
IaaS(서비스로서의 인프라),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PaaS(서비스로서의 플랫폼) 중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아마도 PaaS일 것이다. 서버 인프라, 애플리케이션은 특정 제공업체를 찾으면 되지만 플랫폼은 그렇지 않다. API, 프레임워크와 같은 개발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발자들이 특정 PaaS를 주로 사용하는 순간부터 종속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점유율 90%가 넘는 국내의 안드로이드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외산 업체들 PaaS에 막대한 예산 투입...국내 실정과 비교돼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관련 R&D에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 IBM은 매년 60억달러(한화 약 6조2000억원)를 R&D에 투자하고 있고 올해는 3월까지 24억달러(2조5000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이중 PaaS 부문 예산만 1조원이 넘는다.
오픈쉬프트로 잘 알려진 레드햇도 회계연도 2014년(2013년 3월~2014년 2월)기준으로 이미 3420만달러(355억원)를 R&D에 투자했다. 전년 동기 대비 470만(48억원) 달러 늘어난 수준이다.
VM웨어 역시 연매출 20.8%를 R&D에 쏟아부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억8000만달러(1조1000억원) 정도다. 최근에는 시스코까지 2년 계획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10억달러(1조원)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비록 PaaS에 한해서라지만 3년 개발 계획에 75억원이 투입되는 우리와는 비교조차 안된다. 그러나 상황이 급한만큼 일단 시작하고 보겠다는 것이 미래부의 취지다.
NIA는 장기적으로 개발자 커뮤니티(표준프레임워크 오픈 커뮤니티)의 1만여명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이 역시 플랫폼의 완성도가 얼마나 받쳐주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단순히 플랫폼을 완성했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많이 사용해야 비로소 성공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NIA 관계자는 "전자정부 표준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ICT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며 "정부에서 나서서 추진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시작하려면 '발 담그기식'이 아닌 제대로 시작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 R&D 사업은 5개 중소기업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개발을 담당하고 NIA가 표준 및 공공기관 적용을 맡는다. NIA는 이달 말 관련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