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원 남선중(가명·34)씨는 취업과 동시에 일찌감치 독립해서 살고 있는 싱글남이다. 잦은 야근에 회식도 많아 집에서 밥 해먹는 일이 거의 없다. 이렇다보니 소셜커머스를 통해 두 달에 한 번꼴로 쌀 5kg과 라면, 생수, 즉석식품을 반복해서 사는 것이 그의 쇼핑 습관이다.
#2. 소셜커머스 A사 빅데이터 분석팀은 최근 남 씨의 구매패턴을 주목했다. 전형적인 1인 가구로서 식품 중심이었던 남 씨의 쇼핑 목록에 캐주얼 의류와 신발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강남권 레스토랑 검색 비율도 급증했다. 빅데이터 분석팀은 남 씨가 최근 연애를 시작했다고 보고, 남성의류와 강남 맛집 쿠폰 등을 남 씨가 접속하는 스마트폰앱 메인페이지에 배치했다.
#3. 최근 소셜커머스앱에 접속한 남 씨는 메인화면이 바뀐 것을 보고 처음에는 낯설다고 느꼈다. 셔츠와 면바지, 보트슈즈까지 데이트할 때 입을 법한 옷들이 메인화면에 추천 상품으로 뜬 것. 남 씨는 주말 데이트를 위해 메인화면 속 추천의상 중 셔츠 2장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방대한 고객구매 이력 정보, 일명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고객 맞춤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 라이프사이클이 어느 시기에 도달해 있는지 파악하면 해당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을 추천해 구매로 이끌 확률이 높아서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팀은 △고객들이 방문한 페이지 △머무는 시간 △클릭 대상 △즐겨찾기나 장바구니에 추가한 상품 등을 분석해 해당 고객이 연애를 시작했는지, 결혼이나 출산이 임박했는지 같은 고객 '라이프로그'(생애 정보)를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출산을 앞둔 고객들은 유아용 침대 등 객단가가 높은 상품을 줄줄이 구입할 가능성이 높아 빅데이터 분석팀이 가장 주목하는 고객층으로 분류된다.
GS샵의 '리얼추천'은 빅데이터 분석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 대표적인 상품 추천 서비스다. 워낙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꿰뚫고 상품을 추천해주다보니 방문자수나 구매금액이 기존 베스트상품 추천보다 1.7배나 높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시간대나 고객 성별에 따른 타깃 마케팅도 어렵지 않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시간대별로 주 고객 연령대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메인 메이지의 상품을 시간대별로 다르게 보여주는 작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30대 초반 여성은 오전 10~11시에 가장 많이 접속하므로 이 시간대에는 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기저귀와 이유식을 메인화면에 보여주는 식이다.
재고 관리에도 빅데이터는 위력을 발휘한다. 편의점 CU는 날씨별 매출과 재고량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발주량을 그때그때 조절한다. 예컨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5~30도에는 아이스크림 매출이 크게 오르고, 30~35도에는 음료 매출이 더 크게 증가하는 것이 밝혀졌으므로 그에 맞춰 상품 발주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물류센터 재고일수는 15일에서 7일로 줄었다. 삼각김밥 같은 신선식품 폐기량도 종전보다 40%이상 감소햇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적인 고객 정보를 지나치게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해외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개인정보를 무차별 수집해 빅데이터가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빅데이터 정보보호 가이드라인'(가칭)을 제정해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 마케팅은 고객을 유지하고 새 고객을 창출하는 핵심 방편으로 자리 잡았다"며 "그러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아 어느 선까지 개인정보를 활용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