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서비스로 은행 설립까지 가능한 시대가 왔다.
금융산업 강국인 영국에서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만으로 운영되는 아톰 뱅크(Atom Bank)가 내년 출범한다. 아톰 뱅크 외에도 30여개 은행이 디지털 전용 은행 형태로 신규 진입을 추진 중이다.
◆고객 확대 한계…차별화에 집중
스마트폰과 PC만으로 예금계좌 개설부터 일반대출, 모기지 대출 및 각종 금융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전용 은행(Digital-only Bank)’이 등장한다.
특히 디지털 전용 은행은 은행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IT서비스를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회사가 아웃소싱을 맡아 운영하기 때문에 IT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 및 운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없다.
디지털 전용 은행은 고객관계관리에 집중하는 몰입형 은행(Engagement Banking)에서 한 단계 발전한 개념이다.
몰입형 은행은 고객 수의 확대가 한계에 달하고 높은 금리를 부과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은행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시켜 제한된 고객으로부터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모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0년 설립된 영국의 메트로 뱅크(Metro Bank)를 들 수 있다.
영국에서 150년 만에 런던에 본사를 둔 은행으로 설립허가를 받은 메트로 뱅크는 기존 영국 은행들의 영업 행태와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느리고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기존 영국 은행들과 다른 고객응대 방식을 실행하고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해 휴일 없는 주 7일 지점 운영, 15분 이내 계좌개설 및 카드발급, 애완견의 영업장 출입 허용 등 서비스 차별화를 도모해 큰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고객 차별화를 통해 지난 3월말 현재 메트로 뱅크의 예금은 16억2000만파운드로 전년동기대비 131% 성장했고 상업대출을 포함한 총 대출은 9억6000만파운드로 전년동기대비 298% 성장했다. 고객계좌수도 31만8000좌 이상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보이는 몰입형 은행 모델도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몰입형 은행은 ‘고객관계관리 차별화’가 핵심 경쟁력인데 여전히 1개 지점당 설립비용이 170~210만파운드가 소요되는 지점망을 유지해야 하고 은행업에 필수적인 대형 IT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달성하기엔 대형 은행에 비해 고객수가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메트로 뱅크의 대출금리는 기존 은행들보다 높고 예금금리는 기존 은행들보다 낮아 우량고객 확대에는 애로사항이 존재하고 있다.
◆차세대 기술, 디지털 전용 은행 가능케 해
몰입형 은행의 고객관계관리라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신규 진입자로서 큰 부담이 되는 지점설치 비용 및 IT투자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디지털 전용 은행(Digital-only Bank)이다.
메트로 뱅크가 설립되던 2010년에만 해도 실현이 어려웠던 이 모델이 가능해진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 덕분이다.
은행 자체적인 IT투자 없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은행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소프트웨어를 필요에 따라 모듈별로 제공하고 서비스 사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청구하는 은행업 전문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제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톰 뱅크는 ‘Fiserv’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와 제휴해 자체적인 IT시스템 없이 은행 비즈니스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Fiserv는 앞으로 다수의 디지털 전용 은행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은행 대신 IT시스템 구축 비용을 회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편 기존 은행들에게 이러한 디지털 전용 은행의 등장은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진입자들과 달리 모바일 및 디지털 채널을 확대하고자 할 경우 기존 IT인프라를 근간으로 추가적인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대응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또 시스템 복잡성이 증가해 유지보수 비용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우리금융연구소 전략연구실 전상욱 실장은 “무점포 전략 및 클라우드 서비스 아웃소싱을 바탕으로 비용 경쟁력을 가진 디지털 전용 은행이 고객관계관리에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높이게 되면 기존 은행업을 크게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