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기업 보안 시스템은 정형화된 자료가 유출되는 것을 막는 구조였다. 예를 들면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나 집주소, 전화번호가 담긴 엑셀파일에 빗장을 걸어 아무나 이를 열람하거나 빼낼 수 없게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의미 없는 자료에서 인과관계를 찾아내 알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는 빅데이터 솔루션이 부각되면서 보안업계 인식이 근본부터 달라지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 보안이 취약한 비정형 데이터를 여럿 빼내 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기업 기밀이 뭔지를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진 파일 형태로 보관된 휴대폰 가입신청서, 신제품 설계도면, 직원 이력서 등을 빼돌리거나, 유출한 CCTV 영상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사가 매장 내 고객 구매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식이다. 날로 지능화되는 해킹 위협에 대비해 보안업계도 빅데이터를 응용한 암호 기술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를 원년으로 빅데이터 보안 시대가 본격 열릴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보안업체 보메트릭의 빅데이터 보안 솔루션이 최근 글로벌 업체 최초로 국가정보원 사이버안전센터 `암호모듈인증(KCMVP)`을 획득했다. 이 인증은 글로벌 보안업체가 국내 정부나 공공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필수로 따야 하는 절차다. 인증을 받으려면 솔루션 핵심기술까지 공개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내로라하는 보안업체도 신청을 꺼려왔다. 이문형 보메트릭 한국지사장은 "한국 빅데이터 보안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글로벌 기업 처음으로 밟기로 본사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로 미리 해킹 위협이 닥쳐올 것을 예측해 사전에 이를 막는 보안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평소와는 다르게 홈페이지를 찾는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징후를 포착한 후 이를 차단해 홈페이지 다운을 사전에 막는 식이다. IBM은 이 같은 솔루션을 국내 보안기업인 SGA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SK C&C는 그동안 개발해온 빅데이터 기술에 보안 자회사 인포섹 역량을 녹여 최근 빅데이터 기반 통합보안로그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