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한모씨(31)는 지난 주말 친구와 함께 커피숍을 찾았다. 아메리카노 1잔, 생과일 주스 1잔, 쿠키 1개를 주문한 한씨가 총 결제해야 할 금액은 1만800원. 한씨는 점원에게 신용카드를 건넸다. 결제가 끝나자 한씨의 휴대전화로 문자가 전송됐다. “한○○님께서 링크하신 혜택이 적용돼 결제금액 1만800원 중 1620원을 청구할인 받으셨습니다.” 한씨가 총 결제금액의 15%를 자동으로 할인받을 수 있었던 것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카드 링크드 오퍼(CLO·Card Linked Offer) 서비스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CLO 서비스는 고객 개인별로 과거 결제내역을 분석해 자주 가는 지역이나 취향에 맞는 혜택을 파악해 ‘자동’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카드가 지난 4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CLO 서비스 ‘링크’는 고객의 소비성향을 분석해 고객마다 다른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자동으로 연결해준다. 고객이 혜택에 따라 지갑 또는 스마트폰에서 쿠폰·카드를 꺼내 쓰는 시대가 지나가고, 카드의 혜택이 자동으로 제공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고객은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웹·앱을 통해 자동으로 추천된 혜택 중 자신이 받길 원하는 혜택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한씨는 “다른 사람과 있으면 결제할 때 할인쿠폰을 내미는 것이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등록을 해놓으면 자동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모씨가 지난 16일 휴대폰으로 ‘카드 링크드 오퍼’ 서비스를 확인하고 있다. | 김경학 기자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2200만 고객의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남녀 각각 9개씩 도출해낸 신한카드만의 상품 개발 체계 ‘코드 9(나인)’을 선보이고 있다. 연령대나 계층에 맞춘 카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성향에 딱 맞는 카드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실제로 고객들은 다양한 소비성향을 보였다. 신한카드가 고객의 소비성향을 파악해 알려주는 ‘오 마이 코드’ 이벤트를 실시한 결과, 남성은 로엘(34%), 프렌드 대디(25%), 루키(14%), 스마트 세이버(11%) 등의 소비성향이 높았다. 여성은 잇걸(24%), 알파 맘(18%), 트렌드 세터(16%), 루비(16%) 등의 성향이 많았다. 지난 6일부터 진행된 이 이벤트에는 지난 14일 기준 총 6만800명(남성 3만800명·여성 3만명)이 참여했다.
신한카드는 코드 나인을 기반으로 한 상품도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루키)과 감각적 소비가 많은 여성(트렌드 세터)으로 분류된 이들에게 특화된 신용카드 ‘23.5°’, 실용적인 직장인(스마트 세이버·프리마돈나)에게 특화된 체크카드 ‘에스라인(S-Line)’를 선보이고 있다.
앞서 2012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사들은 빅데이터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투자·개발 등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연이어 터지는 고객정보 유출 사고 등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빅데이터 관련 투자·개발은 다소 움츠러들었다.
그러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빅데이터 경쟁이 불붙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 초 데이터 발굴 전문가인 이종석 전 포스코 ICT컨설팅사업부 이사를 영입해 빅데이터센터장으로 임명했고, 삼성카드도 지난 13일 해외에서 활동하던 빅데이터 비즈니스 솔루션 전문가 이두석씨를 비즈데이터분석실장으로 임명했다.
이종석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장은 “빅데이터 관련 노하우와 기술은 미국이 앞서 있긴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로 현업에 사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한국은 발전된 정보기술의 뒷받침이 있어 인력을 양성하고 조직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뒤처진 부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중 연세대 교수는 “빅데이터는 컴퓨터공학 등 데이터 처리 영역과 통계학 등 데이터를 분석하는 영역이 융합돼 있는 것”이라며 “둘 다 한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인 데다 학계에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과정도 생기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상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