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라는 용어에 대한 피로감은 거의 없어졌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따른 폭발적 정보량의 증가 역시 부담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정보의 한정과 독점이라는 장벽이 무너지게 되면서 개인들은 확장되는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으며, 이 정보들을 활용한 개인의 판단이 갖는 정확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 결과 시민들은 개인의 자격으로도 자신의 직접적인 의사를 표명하며, 더 나아가 연대를 통한 사회적 참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네트워크라는 틀 내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 내의 개인은 더 이상 권력의 변방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을 권력으로 행사하는 주체이다. 네트워크 내로의 진입은 별도의 절차를 요구한다. 개인들은 그 진입을 위한 통로를 그 스스로 구축하기도 하고 기존의 통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기존의 통로를 이용하는 방식을 따른다. SNS나 포털 사이트 등은 그 대표적인 통로이다. 그런데 이 통로의 사용은 늘 그 사용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 흔적에 대한 관심들이 최근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 흔적들이 단지 그 통로의 사용 자체만이 아니라 그 통로를 사용했던 개인들의 행태를 정보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흔적들이 담고 있는 정보들의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역시도 이러한 흔적들을 모으고, 이렇게 모아진 정보로서의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과 이것들을 활용하기 위해 분석하는 기술을 총칭하여 우리는 '빅데이터'라 부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그것이 갖는 장점과 이득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과 이득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제기되고 있는데,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빅데이터가 근본적으로 개인의 정보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정보의 수집은 개인에 대한 감시나 통제의 가능성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이러한 탓에 최근 빅브라더나 감시 사회 혹은 판옵티콘에 대한 논의들이 학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빅데이터 사회가 위험 사회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이다. 데이터 활용의 통제와 감시 강화를 골자로 한 데이터 오용 방지를 위한 법리적 차원의 접근과 해결의 필요성은 이러한 논의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주요 대안이다.
빅데이터와 관련된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또한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러한 대안이 일종의 기술에 대한 인간중심적 관점에 기초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기술은 인간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빅데이터라는 기술적 체계와 과정 역시 법을 통해 통제되고 관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선용'될 때, 기술은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빅데이터가 선용되더라도 그것에 대해 제기되었던 문제는 고스란히 남을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 체계 내에서 개인에게 향하는 시선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있어 개인은 사밀(私密)한 존재가 아닌 정보제공자로 간주될 뿐이다. 이 때 법을 통한 통제와 관리는 수집된 정보에 대한 것이지 정보의 수집을 위해 개인에게 향해진 시선에 관한 것은 아니다. 이는 감시의 경우와도 매우 유사하다. 개인이 감시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한, 개인에 대한 감시는 완화되거나 일시적으로 정지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방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여서 개인에 대한 시선은 그대로 둔 채, 수집된 정보의 오용 방지에만 주목한다면, 개인과 그 개인의 정보에 대한 오용 가능성은 계속해서 남겨두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성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한 인문학적 성찰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 도로에 대하여 생각할 때 그 도로 사용자가 결코 그 도로 위에서만 있지 않음에 주목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성찰이다. 빅데이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도 '인간'을 보아야 하며, 이 때 인간으로서의 개인에 대한 성찰은 최소한 여타의 대상들에 대한 성찰의 수준은 넘어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때, 오히려 빅데이터는 향후 그 사용과 활용에 있어 엄청난 사회적 부담감을 발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와 기업의 도덕성이 중요해진 시대에서 이에 대한 깊은 성찰은 오히려 한 발 앞선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