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시죠. 3D프린터 시장이 당분간 안 커질 것 같네요.” 특허분석 회사인 위즈도메인 김일수 사장(51)이 출력한 A4 용지에는 소비자용 3D프린터 강자인 휴렛패커드, 캐논, 엡손, 삼성전자의 관련특허 출원 건수와 신생 기업들의 이들 특허 인용 횟수 모두 줄어드는 그래프가 나왔다.
복잡한 지표 밑에는 3D프린터가 B2C(고객 상대 사업)보다는 B2B(기업 상대 사업) 쪽에서 많이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는 분석이 적혀 있었다. 사람이 쓴 리포트가 아니라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만들어낸 보고서다.
이 예측이 맞을지는 시장이 보여주겠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니 웬만한 주먹구구식 사람 판단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이 솔루션은 애플과 세기의 특허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채택했다. 김 사장이 15년 동안 한 우물만 파며 전 세계 특허 1억8000만여 건(100테라바이트 용량)을 수집했기에 가능했다.
요즘 통신 시장 화두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혼란을 지켜보면서 이 같은 인공지능 솔루션이 나와 시장도 살리고 유통구조도 투명하게 만드는 보완책을 하나 내놨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구입 가격이 급등락하다가 불과 한 달 만인 2일 새벽 다시 ‘보조금 대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단통법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기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관료들과 논란을 벌이곤 했다. 호갱님(남들보다 휴대폰을 비싸게 사는 바보 고객)이 소수냐 다수냐, 판매점이나 대리점 일자리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 또 왜 이 시점에 하는가 등이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해답을 얻을 데이터는 미흡하다. 단통법 초기 시장이 급랭한 걸 보면 그동안 일부만 호갱님이었던 것 같고, 이번 대란을 보면 대다수가 호갱님인 것 같다.
법 취지가 유통구조 개선이었던 만큼 초기에 불법 보조금이 줄고 중고폰 판매가 늘어나는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잠시 규제의 고삐를 늦추면 다시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유통 구조다. 휴대폰 시장이 재고를 싸게 파는 여타 시장처럼 자율경쟁 논리로 가야 하는 것인지, 불법이 판치므로 이통사·제조사까지 다 정부가 컨트롤해야만 깨끗해지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이때 정부는 명쾌한 데이터를 통해 뽑아낸 예측치로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기업들의 추정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해 2500만명이 스마트폰을 교체한다. 5만개로 추산되는 대리점이 연간 500대 신규 가입 또는 기기 변경으로 휴대폰을 판다. 월 42개가량 판다고 하면 하루 1.6~1.7대인데 단통법 시행 초기 이게 0.6~0.7대로 급감해 죽을 맛이었다.
스마트폰 한 대엔 대리점 마진 25만원, 소비자 혜택 47만원(이통사 보조금 12만원과 제조사 장려금 10만원)이 얹혀 있다. 대란이 일어날 땐 이통사가 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를 50만원까지 늘리는 경우다. 이통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고객 1인당 리베이트를 25만원 줄이면 전국 이통 가입자 1인당 통신요금을 월 4000~5000원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휴대폰 대리점 수가 편의점 수(3만여 개)보다 많고, 소비자들이 인구비례로 세계에서 프리미엄폰을 가장 많이 쓰고, 단말기를 가장 빨리 바꾸는 게 과연 국가경제에 이로울까. 대리점과 판매점이 창출하는 일자리(15만명으로 추산)가 중요한가, 아니면 소비자들이 월 요금 4000~5000원 덜 내는 게 중요한가.
창조경제에 대한 기여도와 정보기술 생태계를 감안한 큰 그림을 그리고 이에 부합되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는게 정부의 몫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하면 입체적인 솔루션이 나올 수도 있다. 아울러 빅데이터 시대에 쓸 만한 공공 데이터가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 기회에 모바일 이용자들의 심리까지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에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