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부산 '2014 ITU 전권회의'에서 하마둔 뚜레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방지에 ICT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창해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 의료관련 빅데이터를 이용해 에볼라 위험 지역을 예측하고 확산 방지책 마련에 나서자는 내용이었다.
현재 스포츠, 제조, 금융, 과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빅데이터의 본격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의료분야는 가장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양의 정형·비정형 데이터와 이를 수집·정제·가동·분석하고 미래 예측에 활용하는 일련의 기술과 프로세스를 포함하는 개념인 '빅데이터'가 의료분야의 큰 관심을 불러 오는 이유는 뭘까.
우선 많은 전문가들은 환자 진료기록이나 임상 데이터, 질병 정보, 유전자 통계 등으로 구성된 빅데이터를 통해 유전성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예방, 개인에게 맞춤화된 의료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지는 새로운 환경과 인프라의 탄생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소셜 네트워크의 정보, 인구통계, 교통 흐름, 날씨 등에 대한 각 국가별 데이터를 분석하면, 전염성 질병의 확산 추이를 효과적으로 파악해 최적의 대응책을 세우는 등 전인류 차원의 의료 혁신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최근 다수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헬스맵(Healthmap)'을 들 수 있다. 온라인 조기 경보 시스템인 이 웹사이트는 최근 수 만개의 SNS와 지역뉴스, 각 국가의 정부 공식 홈페이지, 의료진 네트워크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에볼라 감염의 확산을 감지해낸 바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에볼라 바이러스 비상사태 선포 시점보다 9일이나 앞선 것으로, 질병 확산 및 경로 추적에 관한 빅데이터의 막강한 힘을 보여 준 사례로 꼽힌다.
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가 가져올 혁신은 단지 전염병을 예측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2015년부터 전자 의료 기록(EMR)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환자의 모든 EMR을 조회해, 더욱 정확하고 개인화된 질병 진단이나 임상적 의사결정, 효율적 치료 방향수립에 나서는 등 진일보한 의료 서비스 환경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특정 질병에 관한 새로운 치료방법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료 관련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싱가포르, 호주,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모색 중이다. 이미 중국의 경우, 랴오닝성 서부에 위치한 인구 310만 명의 도시 '진조우'에 의료 빅데이터 컴퓨팅 아키텍처를 구축한 바 있다. 인텔 제온 E5 프로세서 플랫폼과 하둡 배포판을 활용해 구축된 이 아키텍처는 데이터 처리, 검색, 분석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 보건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주민들의 의료 환경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인텔이 발표한 글로벌 연구 보고서 '인텔 의료혁신 척도(Intel Healthcare Innovation Barometer)'를 살펴보면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역시 의료분야 빅데이터 활용에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약 66%는 자신의 유전·생물학적 특성에 맞춰 구체적으로 설계된 맞춤 의료 계획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약 80%는 개인의 치료뿐만 아니라 공동체 보건 향상을 위해 자신의 건강 정보를 익명으로 공유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앞선 다수의 사례에서 보듯 의료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과 공공의 보건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며 그 활용도와 높은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 더해 2020년까지 2120억 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들의 등장은 개인의 건강정보가 만들어지는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어, 빅데이터가 가져올 의료분야의 혁신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타 산업과 달리 의료 서비스는 개인의 생명, 나아가 인류 전체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에 빅데이터 활용으로 기대되는 혁신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이제 증가하는 빅데이터와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그 거대한 가능성의 문이 열리고 있다.
빅데이터는 인터넷 혁명이 그랬듯 저 먼 곳의 기술 용어가 아닌 우리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생활의 언어가 되어 진가를 내어 보일 것이다. 의료계와 다양한 산업주체들이 빅데이터 기반 의료혁신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