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IoT 표준을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세계 시장에서는 이제 '원엠투엠'(OneM2M)이라는 가장 느슨한 형태의 국제 표준화 협의체가 막 출범했습니다. 기업들은 세계 표준을 향해 협력하는 듯 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주도권 장악을 위해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IoT시장= IoT란 각종 센서와 통신기술이 산업 전반의 다양한 사물과 결합하도록 하는 기반기술을 의미합니다. 가전, 에너지, 제조, 자동차, 전기, 의료, 건설, 액세서리 등 산업이 통신기술과 용광로처럼 융합하며, 이제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가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CCTV 센서가 침입자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사람들이 생활하기 좋은 온도로 자동으로 맞춰주는 스마트홈 기술이 이미 상용화됐습니다. 농업분야에서도 작물의 생육환경을 각종 센서들이 자동으로 제어해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융합산업은 거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인 시스코는 오는 2018년까지 전 세계 100억 개의 기기가 IoT로 서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조사업체인 매키나리서치는 IoT가 오는 2022년까지 1조2000억달러(약 1300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산업에는 통신이 기본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IoT 국제표준, 원엠투엠으로 걸음마= IoT가 활성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은 표준화입니다. 서로 정해진대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표준이 없다면 통신기술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세계 ICT 기업들과 정부는 국제 표준화를 진행해나가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IoT 표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세계 IoT 표준 협의체로 한국의 이동통신사, 제조사들을 포함해 세계 220여 ICT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원엠투엠이 출범, 첫 표준인 'IoT 표준 릴리스1'을 이달 발표했습니다. 이는 사물간 통신을 위해 가장 낮은 단계인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와 미들웨어 단의 표준을 마련하고, 검증 단계에 착수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표준이 만들어지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원엠투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999년 유럽에서 결성한 표준화 기구인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서 제정한 IoT 표준을 들 수 있습니다. 유럽의 IoT 표준 주도권을 경계, 지난 2012년 북미와 아시아 주요기업과 기관들이 ETSI와 함께 만든 단체가 원엠투엠입니다. 이로써 세계 IoT 산업에서 가장 느슨한 단계의 표준화 단체 구성이 이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내년 진일보한 표준인 릴리즈2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도 이같은 국제표준에 기반, 오픈소스 기반의 IoT 플랫폼 협의체인 '오션'(OCEAN)을 최근 출범했습니다. 오션은 원엠투엠 표준을 응용해 대·중·소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국내형 표준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한 협의체입니다. 전자부품연구원(KETI), 한국전력공사, SK텔레콤, LG CNS, 포스코ICT, 네이버, 시스코, 엔텔스 등 50여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 IoT 표준 주도권 물밑 경쟁= 글로벌 기업들의 IoT 표준화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IoT 주도권을 다투는 글로벌 ICT 기업들이 원엠투엠의 기초표준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 해도, 본격적인 기술 주도권 전쟁의 승패는 기기간 디바이스 연결을 위한 오픈소스 기반의 인터페이스 표준에서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말해 IoT의 두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선 원엠투엠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보겠지만, 실제 움직임을 관장하는 팔과 다리 역할을 하는 기기간 호환 표준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통신기술의 대표주자인 퀄컴은 올씬-얼라이언스 (Allseen-Alliance)를결성해 자체 기기간 인터페이스 표준인 올조인(Alljoyn)을 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라는 연합군을 결성했습니다. 구글은 오픈소스 개발자를 규합한 스레드그룹(Thread Group)을 결성했고, 시스코와 AT&T는 IIC(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라는 컨소시엄을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더 많은 이종 산업계가 자신들의 표준을 활용하도록 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IoT 표준 전쟁의 미래는?= 전문가들은 IoT 인터페이스 표준화 경쟁에서는 완전한 승자도, 패자도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100억 개의 기기가 연결될 미래 시장에서 단일 표준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결국 각 산업별로 주도권을 가진 연합체가 나타나고, 이들이 내세우는 표준에 따라 시장이 확대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측입니다. 김형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표준화 센터장은 "각 연합체 목표는 시장을 확대하는 데 있다"며 "모든 것을 통합하는 플랫폼은 나오기 어렵겠지만, 결국 몇 년 내 주도권을 지닌 기업들이 나타나고, 시장의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