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하드웨어 산업의 최강자인 삼성과 LG가 이번엔 소프트웨어에서 맞붙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놓고 각각 타이젠과 웹OS 방식을 밀며 운영체제(OS) 표준 경쟁에 돌입했다. 모바일 시장에서 美 구글에 생태계 주도권을 내줬던 과거를 사물인터넷에서는 더이상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미국에서 막을 내린 소비자가전쇼 CES 2015에서 타이젠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스마트 TV를 선보였다. 이와 동시에 삼성전자는 동시에 OS 개방 방침을 발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인 윤부근 대표는 “삼성전자의 IoT 기술과 제품은 개방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서로 다른 기기와 플랫폼 사이의 장벽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타이젠은 모바일 기기에 적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스마트기기용 OS다. 삼성전자가 주도해 샤프, NTT도코모, KT 등 글로벌 ICT 기업이 함께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모든 가전기기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핵심 소프트웨어 동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TV와 웨어러블 기기 ‘기어 시리즈’에는 이미 OS로 타이젠을 탑재, 가능성을 확인했다. 타이젠을 탑재한 첫 스마트폰 ‘Z1’은 이르면 이달 중 인도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웹OS 2.0을 탑재한 LG전자 스마트TV(사진=LG전자)
LG전자 역시 자체 OS인 웹OS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웹OS는 LG전자가 지난 2013년 HP로부터 인수한 플랫폼으로, 인수 당시만 해도 실패한 OS로 인식됐다. 하지만 LG는 웹OS를 TV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해왔으며, 지난해 웹OS 기반 TV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CES에서도 LG전자는 웹OS 2.0이 적용된 TV를 선보였다. CES의 아우디자동차 행사장에서 LG전자의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차량 제어 시연에 사용된 시제품에도 웹OS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웹O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워치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까지 타이젠과 웹OS는 쉽고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로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두 업체는 각각 TV와 가전, 웨어러블 등에서 독자적인 OS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스마트TV는 IoT의 허브 역할을 하기에 삼성과 LG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각각 TV와 가전 시장에서 보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구글이 점령한 모바일 시장과는 다른 생태계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