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품은 TV, '셋톱'과의 결별?='클라우드'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저장공간 등을 외부 대형 서버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빌려주는 IT시스템을 말하다. 이를 방송 시스템에 접목한 것이 '클라우드 방송'이다.
가입자용 셋톱박스 기종과 운영체제(OS)에 상관없이 동일한 최신 방송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셋톱박스가 담당해왔던 데이터 처리 및 연산을 대용량 클라우드 서버가 대신해주기 때문. 셋톱박스는 단지 서버에서 전송한 화면(이미지)을 TV화면에 띄워 줄 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LTE급 처리 속도'다. 메뉴 화면전환이나 VOD 로딩 시간이 기존 셋톱 방식에 비해 최대 5배 이상 빨라진다. 가령 VOD 로딩시간은 불과 0.2~0.3초. 통상 VOD 메뉴에서 3~5초 걸리던 화면 전환속도 역시 1초 이하로 줄어든다. 클라우드 서버의 대용량 연산처리장치(CPU)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이나 인터넷 동영상, 멀티스크린, 스마트TV 앱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날씨, 계절, 연령대별로 입맛에 맞게 '나만의 방송 메뉴화면'을 꾸밀 수도 있다. 가장 큰 매력은 구형 셋톱박스를 갖고 있어도 최신 방송 서비스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예 셋톱박스가 필요 없는 클라우드 방송도 등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클라우드' 품은 방송…'안방 TV가 저절로 진화'이미지 크게보기
클라우드 방송 서비스 개요.
◇방송 시장 '태풍의 핵' 될까=클라우드 방송이 도입되면서 기존 방송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방송 서비스 품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유료방송의 품질은 가입자 셋톱박스에 의존해왔던 측면이 강하다.
가입 시기에 따라 가입자 셋톱박스의 사양이 제각각이다. 통상 셋톱박스 교체주기만 2년이다. 때문에 신규 방송 초기화면이나 메뉴방식, 부가 서비스를 한번 개선하려면 적잖은 투자와 시일이 소요됐다.
반면 클라우드 방송은 셋톱박스나 단말기에 상관없이 서버 작업을 통해 손쉽게 방송 서비스를 개편할 수 있다. 김홍익 팀장은 "클라우드 방송은 새로운 셋톱박스에 대한 투자 없이도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셋톱박스 투자역량을 방송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쪽으로 모을 수 있다는 기대다.
콘텐츠 생태계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답답한 로딩 속도 탓에 사업자가 메인 화면에 배치한 VOD 콘텐츠에 시청자들이 몰렸지만, 빠른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뒷쪽에 배치됐던 수많은 VOD들이 빛을 볼 수 있게됐다. 여기에 별도 셋톱박스를 구매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던 스마트TV 앱, TV용 게임, TV 커머스 등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스마트TV 콘텐츠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만, 데이터 처리가 중앙 서버로 몰리면서 네트워크와 서버 플랫폼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클라우드 방송이 한순간에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