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에서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소프트파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SW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 SW부문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드웨어 부문과 달리 SW부문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장기간,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미국과 독일, 일본 등 기초과학 부문이 강한 나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IBM, 아마존 등 각 부문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SW업체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HW에서 SW로 정책 무게중심 이동= 우리나라도 기존 하드웨어(HW)중심 육성정책에서 최근 SW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지난해 SW부문 강화를 위해 'SW중심사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SW부문 육성을 위해 교육과 기업, 공공기관 지원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SW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23% 늘린 7052억원을 투입한다. 부문별 예산 책정은 인력양성에 527억원, SW 연구개발에 1663억원, SW융합에 1448억원, SW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1022억원, 신시장 및 산업 창출에 2392억원이다.
정부가 SW부문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의 SW지원 규모와 국내 SW경쟁력 현황을 고려할 때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SW부문의 예산을 최근 주목받는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핵심 기술 부문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SW부문 자생력을 갖춘 미국과 일본 등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부문에 집중 투자를 하는 것에 맞춰, 우리나라도 신성장 분야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SW부문 예산이 증액됐지만, 전체 국가정보화 예산이 수년 째 제자리걸음인 점도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화 예산은 2009년 3조1378억원에서, 2010년 3조2869억원으로 오른 뒤 매년 3조3000억원 전후에서 결정되고 있다. 유지보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갈수록 높아져 오히려 전체 예산은 매년 줄어드는 셈이다.
SW업계 전문가들은 SW투자 예산을 다른 부문의 예산과 다른 기준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보화 예산은 1회성, 소비성 예산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투자에 따른 즉각적인 신규 인력 창출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다른 사업에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SW업계 제자리걸음 이유는= SW업계는 정부가 수년째 SW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내놨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SW부문의 특성을 읽지 못하고, 기존 제조업 가치와 기준으로 정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 경우에는 이미 SW 부문 자생력을 만들고, 선순환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SW 환경에 대한 조사와 가능성을 찾은 뒤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선 국내 SW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위해 SW관련 통계를 전문적으로 수집, 발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 SW부문 통계는 다른 IT부문과 함께 집계되고 있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SW 부문 특성상 집계가 늦고, 세부사항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특히, 국내 SW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외국계 SW기업들은 기업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는 유한회사로 되어 있어 전체 시장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SW 제값주기', 'SW유지보수요율 현실화' 제도는 SW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2013년 8% 미만이었던 SW유지보수요율을 2014년 10%로 책정하고, 올해는 12%로, 오는 2017년 15%선까지 높인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과 달리 일반 기업에서는 여전히 10% 미만의 유지보수요율이 관례화 돼 있어, 국내 SW업체들이 자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SW업계는 정부의 SW유지보수요율 현실화가 민간 부문까지 확산돼야 국내 SW업체들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국내 SW업체들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SW업체들은 일본과 아시아 일부 지역의 SW 공급에 머물고 있다. SW업계는 올해를 SW 해외진출 원년으로 삼고 세계에서 가장 큰 SW시장인 미국,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SW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 대표 IT서비스기업 키워야= 이밖에 SW중심사회에선 풀뿌리기업의 자생력 지원 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유수 IT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한국 대표 IT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IT서비스업계는 3%대 성숙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데다 2013년부터 공공정보화시장에 상호출자제한집단 기업들이 참여할 수 없게 되면서 생존을 위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대중소 상생을 위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타깃이 됐지만 태생적으로 그룹사 전산실에서 분사된 기업이 대부분으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여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개정된 SW산업진흥법은 대기업의 독식과 횡포를 막고 국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나 시행 3년째인 올해 공공정보화시장에서 대기업 진출을 막은 규제정책이 SW생태계 선순환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대기업에서 뿐 아니라 발주기관, 중소기업까지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해외시장에 나가고 싶지만 최근 3년 이내 레퍼런스가 없어 진출하지 못하는 대기업,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진출해야 약한 브랜드 네임을 극복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별 환경을 정부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공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은 한 IT서비스 대기업은 "해외시장에 나가려고 해도 (법이 시행된 지)3년차가 되니 최근 레퍼런스를 쓸 게 없다"면서 "시기적으로 법을 개정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한 발주기관은 "조달발주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서 "대기업에서 심사단을 관리하던 영업인력들이 그대로 중견기업에 가 있고, 발주업체가 자장면을 원해도 해당 기업은 짬뽕을 갖다 주는 식이어서 심사단 풀을 발주자를 포함해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따라서 SW중심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장자생력을 없애는 규제 일변도 정책이나 개방도상국에 퍼주기식 원조보다는 국내 중소기업과 지방이 얼마나 정보화를 할 인력과 예산이 없는지 살펴보고 예산을 책정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법에 대한 개정과 저가위주로 낙찰자가 결정되는 조달시스템은 고치는 게 필요하다는 게 IT업계 종사자들의 직언이다.
신기술과 연구개발에 적극 나설 IT기업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IT서비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소규모 발주로 시장을 만들어주며 클라우드를 하라고 하니 기술력도 없고, 아마존 등과 경쟁할 여력이 없는 것"이라면서 "SW산업진흥법 개정 이후 실질적으로 득을 본 기업들은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견·중소기업의 시스템통합(SI)사업에 SW와 HW를 납품하는 외국계기업이라는 말이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