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는 더 이상 지나가는 비즈니스 트렌드 용어가 아니다. 이제는 IT 업계 전반에서 실질적인 방법론으로 자리해, 이에 대한 논의와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다. 지지부진했던 ‘클라우드 발전법’의 제정도 드디어 이뤄진 바, 클라우드 관련 시장의 움직임은 이제 가속페달을 밟을 일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비젠트로, 영림원소프트랩, 더존비즈온 등 국산 ERP 3사도 클라우드 ERP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플랫폼이 주효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 소규모 시장에서의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클라우드 ERP 관련 국산 ERP 3사의 행보를 각각 살펴본다.
클라우드 발전법 제정
IT 업계는 물론 관련 업계와 학계에 이르기까지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클라우드 분야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관련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도입이 저조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지난 2013년 국회에 법률안이 처음 제출된 이후 논의과정에서 정보보호에 대한 우려와 공공기관의 민간 서비스 이용 시 국정원의 역할 등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통과가 미뤄져왔으나, 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등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대안이 마련돼 제정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육성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기존 규제를 개선하며,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클라우드 발전법’에서는 국가정보화 정책이나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할 때 클라우드 도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 정부3.0의 ‘클라우드 기반의 지능정부 구현’ 과제와 연계돼 공공 부문의 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공공기관이 민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으며, 각종 사업이나 단체의 인허가 시 전산시설을 구비해야 하는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만으로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미래부는 ‘클라우드 발전법’ 제정에 따라 국내 클라우드 산업 발전과 고용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에 따른 산업전반의 비용절감 및 생산성 향상과 함께,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 융합 서비스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률은 오는 9월 시행 예정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첨병, 서비스로서의 ERP
ETRI와 기술 협력을 맺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중인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 아이엔소프트의 황광익 대표는 “기존에는 관련 규제와 성공사례 부족으로 인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 활성화가 더뎠지만, 클라우드 발전법 통과에 따라 제도적인 애로사항은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공 부문에서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밝히는 한편, “업계에서도 매출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하고, 클라우드 산업 내 협업을 통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광익 아이엔소프트 대표는 클라우드 ERP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활성화를 이끄는 첨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기업 내 필수적인 시스템인 ERP를 통해 고객들이 직접적으로 클라우드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ERP 등 SaaS가 활성화되면 뒷단의 PaaS, IaaS 등도 함께 탄력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황 대표의 전망이다.
이러한 클라우드 ERP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플랫폼의 특성상 소규모 시장의 고객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시장 규모에 따라 각자의 영역을 지키고 있던 국산 ERP 기업들이 이에 발맞춰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견기업을 주요 고객을 삼았던 비젠트로, 중소기업 시장에 포진해있던 영림원소프트랩은 각각 소규모 ERP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반면, 기존에 소기업 대상 ERP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더존비즈온은 수성을 꾀하면서 중견·중소기업으로 공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고가의 라이선스 및 유지보수 비용으로 인해 외산 ERP가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소규모 시장에서, 국산 ERP 3사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날이 목전에 있다.
본격적인 공략에 시동 거는 영림원
정부의 SW산업 지원사업인 WBS(월드베스트SW)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통합 스마트 ERP 개발 사업을 수행한 바 있는 영림원소프트랩은 이달 새로운 클라우드 ERP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에 영림원소프트랩이 매출 300억~3,0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주요 고객을 삼았던 것과 달리, WBS를 모태로 발전시킨 이 제품은 매출 300억 원 이하 규모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임승환 영림원소프트랩 팀장은 “ERP를 단순히 데이터 센터에 올리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SOA 환경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영림원은 3년 전부터 이를 준비해왔고, 클라우드와 로컬 구축의 장점을 합쳐놓은 제품을 선보인다”고 말했다. ‘K-스튜디오’를 통해 ‘원 소스 멀티 디바이스’를 지원하는 편의성을 제공하며,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선택해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자사 클라우드 ERP 제품을 퍼블릭과 프라이빗이 아닌, 자체적으로 산업표준형과 고객맞춤형으로 구분 지었다. 산업표준형은 지난해 선보인 바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ERP 제품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고객맞춤형이 이번에 선보일 제품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에 구축형도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인프라는 하이브리드지만 서비스는 구축형처럼 제공하는 국내 시장 특화형 클라우드 ERP”라는 것이 임승환 팀장의 설명이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새롭게 출시하는 클라우드 ERP 서비스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 총력을 기울여,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점유율을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또한, 5년 내 아시아 시장 1위를 목표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임 팀장은 “3~5년 내로 매출 1조 원 이하 기업의 80%는 클라우드 ERP를 찾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