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디지털 환경의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변화에 다소 둔감한 식품업계지만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이 다양해지면서 전통적 마케팅만으로는 다변화된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트렌드전략팀을 별도로 신설해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트렌드전략팀은 블로그, 트위터 등 개인정보법에 문제가 없는 글들을 바탕으로 수십 억 건의 자료를 확보해 빅데이터 분석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 사항을 소비자 인식과 행동 데이터, 각종 시장 동향 데이터 등과 접목해 CJ제일제당 마케팅과 영업에 적극 반영한다.
CJ제일제당이 추진해 온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총 165건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된 전략의 실행률은 90%에 육박한다. 빅데이터는 CJ제일제당의 신제품 검토와 출시, 기존 제품 리뉴얼, 마케팅,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은 제품 마케팅 분야다. 최근 몇 년간 수백 억 건의 자료를 토대로 집에서 먹는 메뉴에 대한 트렌드를 발굴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 찌개, 반찬 등 다양한 소비자 관심 메뉴들을 뽑아낸 후 마케팅에 활용한다.
예컨대 알래스카 연어캔 제품의 경우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아직은 생소한 연어캔 요리에 대한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소비자들이 연어캔을 주로 한식이나 김치와 함께 먹는 취식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어캔 김치찌개와 같은 레시피 제공 등의 방법으로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연어캔을 한식 메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쁘띠첼 스윗푸딩 신제품 출시에 맞춰 진행된 '피곤한 월요일 2시16분, 푸딩하자'라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역시 빅데이터에 근거한 마케팅 사례다.
회사는 온라인 상의 6억5000만여 건 정보들을 토대로 요일 별 피로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월요일 오후 2시16분이 가장 피곤하며 이 때 달콤한 음식이 필요하다'는 빅 데이터 분석 진단을 얻었다.
빅데이터는 신제품 출시에도 적극 반영된다. 계절밥상과 함께 개발해 제품화한 '백설 고추장 삼겹살 구이양념'도 삼겹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삼겹살에 양념을 더해 조리해 먹는 취식 행태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설 크림 파스타소스 경우도 빅데이터 분석 진행 후 콘셉트 확정하고 지난해 7월 '치즈' 베이스의 '백설 크림 파스타소스'를 출시했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도 감자칩의 주요 구매층인 10~20대 여성들이 단맛과 버터향을 좋아한다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편의점 CU가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지난해 2030여성을 겨냥해 선보인 'CU 빅 요구르트'는 출시 두 달 만에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파리바게뜨는 기상 관측 자료와 매장별 상품 판매량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날씨 판매지수를 전국 매장 등에 제공해 판매량을 예측하도록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제 식품업계도 빅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세분화되고 다양해진 요구를 충족시키는 고객밀착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때"라며 "앞으로 빅 데이터 분석과 진단을 통해 보다 세분화된, 개별화된 고객만족을 실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