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온 고추 화분이 작업대에 올라 천천히 이동한다. 작업대에 설치된 카메라 2대가 큰 원을 그리면서 연달아 고추를 촬영한다. 10도마다 한 장씩 카메라 1대당 18장씩 모두 36장의 사진이 140초 만에 찍혀 컴퓨터에 저장된다. 사진 촬영을 마친 화분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퇴장하고, 새 고추 화분이 다시 작업대에 오른다.
5일 강원도 강릉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에 들어선 ‘스마트 유팜’(Smart U-Farm) 건물 3층의 유리온실에는 U자 모양의 컨베이어 벨트 3개에 실린 고추 화분들로 가득했다. 스마트 데이터팜(Smart Data-Farm)이라 불리는 이 시설은 식물 생육단계별 최적 성장을 위한 정밀 데이터를 확보하는 곳이다. KIST 강릉분원 천연물융합연구센터의 장성율 연구원은 “이들 화분에는 고추 4종을 무작위로 심어 놨는데, 날마다 사진을 찍어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한다”며 “데이터를 종합해 3차원(3D) 형태의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 곳곳에는 각종 감지기도 설치됐다. 온도와 습도, 일사량, 이산화탄소 등을 재는 기기다. 식물성장에 중요한 환경인 이들 역시 감지기를 통해 시시각각 데이터로 축적된다. 장 연구원은 “이들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고추 종별로 어떤 상태의 습도와 온도, 일사량, 이산화탄소에서 소출이 좋은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온실농가에 조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농업에도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했다. 재배환경에 따른 식물생육의 특성변화 정보를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영상, 로봇,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빅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작물이나 종자 재배에 활용하는 피노믹스(Phenomics) 농업이 농촌의 미래로 바짝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