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웰스파고(Wells Fargo) 은행은 지난해 2월 최고데이터관리자(CDO·Chief Data Officer)라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었다. 이 자리에 대형보험사에서 최고데이터분석관리자를 역임했던 찰스 토마스(Charlse Thomas)를 임명해 리스크 관리와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데이터 활용 방안을 고안하도록 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증대시키는 최고데이터관리자를 도입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 디지털 뱅킹이 가속화되고, 빅데이터 활용의 기회가 많아지고 있어 최고데이터관리자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최고데이터관리자 도입의 필요성'에 따르면, 금융업은 빅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되지만 빅데이터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가트너(Gartner)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빅데이터 관련 기술에 투자했는가?'라는 질문에 '투자하고 있다'라는 답변이 산업 평균으로 1년새 10%포인트 증가한 반면 은행은 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의 질과 속도를 개선했다'는 답변은 산업 평균보다 낮았다. 한 마디로 은행이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은행이 빅데이터 활용 증대를 위해서는 내부 데이터부터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내부 정보시스템을 통해 상당량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으나, 각 업무별 정보시스템 간 데이터 통합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의 보수적인 성향은 내부 데이터의 활용을 확대하는 것보다 보안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어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는 현업의 데이터 활용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기업들은 데이터 관리에 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지며, 부서 간 간극을 좁히는 역할로 최고데이터관리자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금융회사의 약 16%가 최고데이터관리자를 도입했다.
연구소는 금융당국의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금융지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등을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범위와 목적이 향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회사는 최고정보책임자의 역할에 데이터 분석 등을 추가하거나 최고데이터관리자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연구위원은 "최고데이터관리자는 회사가 보유 중인 모든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각종 표준 및 관리 방향을 수립하고 체계에 책임을 진다"며 "데이터 활용도 저하에 따른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데이터 관리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여러 현업 부서에서 데이터를 다각도로 활용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