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조업체 스카우트는 최근 어린이용 책가방에 GPS추적기를 달아 판매했다. 그리곤 주변 자동차 운전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책가방을 착용한 어린이들의 위치를 파악, 경고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독일 제조업체 클래스는 자사의 농기계 수확기와 트랙터 등에 자동 조종장치와 센서를 장착했다. 여기에 새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자사 제품을 구입한 농부들에게 씨뿌리기부터 기획, 관리, 분석, 수확, 문서지원에 이르는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3D 프린터 등 최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첨단기술의 중심에 이 모든 기술을 하나로 엮어 주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서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조율해주는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의 출현 이후 산업기술 진보의 획을 긋는 시대적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사물인터넷이 2025년까지 연간 6조2000억달러, 최대 약 11조달러 규모의 새로운 글로벌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25년에는 전체 제조업체 80~100%가 사물인터넷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제조업 분야에 미칠 경제적 영향은 최고 2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시 말해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관련된 기반 기술을 기존 제조업 시스템에 접목해 생산성 증가와 자원 비용 절감, 제조업 전반의 가치창출 프로세스 전반을 대폭 혁신한다는 것이다.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명령에 따라 정해진 작업만 수행하는 기존 자동화 기계나 로봇과 달리 사물인터넷기술이 접목된 이른바 스마트머신은 기업의 클라우드 네트워크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스스로 적합한 대안을 찾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긴급상황 발생이나 원자재, 부품, 디자인, 주문량 변동 등 시장의 변화에도 실시간으로 반응해 최적의 생산효율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IT분야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경우 우위에 있는 IT 기술 경쟁력이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국들의 추격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GE가 ‘산업의 인터넷(Industrial Internet)’ 비전을 제시한 바 있고, 이러한 사물인터넷의 잠재력 때문에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경쟁력 부활’을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사물인터넷을 지목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도 2012년 말 사물인터넷을 핵심 축으로 한 ‘산업 4.0’ 전략을 정부차원의 미래 프로젝트로 제시했고, 지멘스(Siemens), 보쉬(Bosch) 등 독일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사물인터넷을 미래 산업경쟁력을 좌우할 유력한 기술 패러다임으로 꼽고 지난해 6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 이후 핵심 추진과제로 스마트공장 확산과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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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의 사물인터넷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사물인터넷으로 구현되는 미래는 어떤 세상일까. 우선 올 IFA2015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인수한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스마트싱스’와 함께 ‘삼성 스마트싱스 허브’를 선보였다. 여기엔 자체 프로세서를 강화해 기기 간 연결과 제어를 더 빠르게 처리하고, 카메라와 연결해 영상으로 집안을 확인할 수 있는 보안 기능이 추가됐다. 집 안에 움직임이 감지됐을 때만 영상을 녹화하기 때문에 항상 켜져 있는 감시카메라보다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고 센서를 통해 화재나 연기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앱도 직관적으로 개선했고 ‘웍스 위드 스마트싱스(Works with SmartThings)’라는 기기 인증 프로그램으로 파트너십을 늘려가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업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동차 대시보드에 집 안팎의 상태를 보여준다거나 스마트 기기로 자동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차문을 잠글 수 있게 된다.
사물인터넷 기술로 사용자의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슬립센스’도 선보였다. 수면 도중 맥박과 호흡, 움직임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IoT 제품이다.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은 물론 수면 도중 비정상적인 맥박이나 호흡 발생 여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와 슬립센스 개발에 참여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의 만조로스 교수는 “삼성의 최첨단 기술로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으며 전문 의료진 관점의 맞춤형 조언을 슬립센스를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 스마트 TV, 스마트 에어컨, 무선 오디오 등 주변 기기와 슬립센스를 연동할 경우, 사용자의 수면 상태에 따라 전원과 음향을 조정하고 쾌면을 위한 최적 온도를 자동으로 유지할 수 있다. 향후 ‘삼성 스마트싱스 허브’를 통해 연동 제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외에도 사무실, 자동차 등은 물론 B2B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프린팅 UX 시스템인 ‘스마트 UX 센터’의 앱과 위젯, 프린팅 앱 센터, SDK 등으로 문서 관리뿐 아니라 원격 기기 관리까지 지원해 모바일과 사무기기간의 연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운전 중 스마트폰 기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내비게이션, 뉴스, 날씨 등 모바일 앱을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미러링크 기반의 ‘카 모드 포 갤럭시(Car Mode for Galaxy)’ 앱을 공개하며 IoT 에코시스템을 자동차까지 확대했다. 폭스바겐과 협업해 자동차와 삼성 기어 S2를 연동, 주차 위치를 확인하고 에어컨을 컨트롤하며 전기 차량 배터리 충전의 시작과 정지가 가능한 ‘폭스바겐 카넷 이리모트(Volkswagen Car-Net e-Remote)’앱도 공개했다.
▶개방화 전략으로 사물인터넷 시장 선도
LG전자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차별화, 기기 간 연결성 강화, 사물인터넷 생태계 확장 등 개방화(Openness) 전략을 전개해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올 초 LG전자는 CES에서 ‘웹OS 2.0’, ‘웰니스 플랫폼’ 등 LG만의 플랫폼을 소개했다.
‘웹OS 2.0’은 지난해 선보인 ‘웹OS’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스마트TV 전용 플랫폼이다. LG전자는 소비자 사용패턴을 감안해 한층 더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탑재하고 홈 화면 로딩 시간, 앱 화면 전환 시간 등도 2배 이상 단축했다. LG전자는 ‘웹OS’를 호텔TV, 사이니지 등 B2B 제품에 적용한 데 이어 향후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웰니스 플랫폼(Wellness Platform)’은 LG전자의 ‘생체신호분석기술(Bio-signal Analysis Technologies)’을 탑재한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와 가전제품을 연동해 신체 건강부터 생활환경까지 관리한다.
사용자의 수면 습관, 심장 박동수 등 다양한 신체 정보를 분석해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의 주변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을 실시간 연동하는 연결 솔루션(Connectivity Solution)도 선보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스마트워치에 목적지를 말하면 스마트카 내비게이션을 통해 날씨, 교통정보, 운전자 선호도로 등을 종합한 경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타 브랜드 기기와의 호환성 향상을 위해 ‘올씬 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올조인(AllJoyn)’, 사물인터넷 글로벌 표준화 협의체인 ‘원엠투엠(oneM2M)’과의 협력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