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방황하는 사물인터넷, 문제는 '비전의 부재'
Rob Enderle | CIO (ciokr@idg.co.kr)
[2016.02.03]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에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그 시장성을 고려하지 못해 낭패를 본 사례는 심심치 않게 있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의 핵심은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규모가 아니라 그것을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깨닫지 못한 채 데이터의 홍수에 질식해버린 오늘날 기업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정부 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911 이후 미 안보국은 데이터 기반 위기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 중 상당 부분이 분석 역량과 효율성 개선이 아닌 단순 데이터 수집에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신속한 위기 대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대중 관계에서도 문제(스노든 사태)를 일으켰다. 기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결과였다.
이런 현상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서 더 심화했다. IoT는 그 이름부터 테크놀로지의 핵심 가치가 아니라 구현 형태(사물을 연결한다는)만을 부각해 양적 측면을 강조한다. 그러나 어떠한 부가적인 지성이나 유용한 기능성 없이 단순히 사물을 온라인에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없다. 오히려 크라이슬러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경솔한 연결성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제를 안겨줄 뿐이다.
델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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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함몰돼 길을 잃다
IoT를 재조명하려는 시장의 세 번째(혹은 그 이상의) 시도가 목격되고 있다는 것 외에 올해 세션에서 필자의 관심을 특별히 끌었던 논의가 있었다. 시장이 여전히 그것의 전반적인 효과나 이상적인 사용자 경험보다는 단순히 테크놀로지 그 자체, 혹은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작업 범위 등에 관련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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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는 보안의 위협이 아닌 새로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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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에 필요한 건 성공 사례
필자는 IoT에 가장 필요한 것은 IoT를 통해 직장과 가정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보여주는 성공 사례라고 생각한다. 디즈니와 GE가 1964 월드 페어에서 선보인 '카루셀 오브 프로그레스(Carousel of Progress)'는 IoT와 유사했던 한 테크놀로지의 성공적 활용 사례가 어떻게 미래 도시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카루셀 오브 프로그레스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어떻게 더 획기적인 결과를 끌어낼 것인지 공통의 비전에 대해 세상의 관심을 모으는 역할을 했다.
IoT, 공통의 비전이 필요하다
필자가 이 주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몇 년 전 가정 자동화나 산업 자동화 때도 그랬듯 현재 IoT 논의의 바탕이 되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까지 반대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현재 네 번째 스마트홈에 살고 있다. 사실 우리는 멋진 테크놀로지 자체에 너무 매료된 나머지 그 기술에 대한 투자를 받으려면 다른 사람의 호응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이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우리 삶 속의 스트레스와 비용을 어떻게 줄여줄 수 있는지에만 몰입하며 '어떻게'에만 집중하다 보니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나중에 가서야 해당 기술의 더딘 발전 속도에 깜짝 놀라는 것이다(왜 윈도우 태블릿보다 아이패드가 더 성공적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더 명확해 질 것이다).
인류가 달 착륙에 성공한 건 꿈을 갖고 도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꿈을 잃는 순간 화성은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됐다. IoT도 마찬가지다. IoT의 미래에 대한 공통된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리라고 많은 이들이 진심으로 믿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 꿈이 없다면 IoT 역시 변화와 더 나은 기업, 세상의 건설보다는 안주와 안정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술을 들이댄 또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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