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명탐정 빅데이터 "범죄 예측도 맡겨주세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범죄율 0% 과학의 도전
원호섭 기자
[2016.12.16.]
미국 워싱턴 범죄예방국 존 앤더튼 경사는 한 통의 메시지를 받는다.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사건 지역을 파악한 그는 재빨리 출발한다. 한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려는 찰나, 앤더튼 경사는 '예비' 살인범의 행위를 몸으로 저지한다.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다.
2054년의 미래 사회를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첫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예언을 통해 범죄를 막는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등장한다. 프리크라임 도입 이후 워싱턴의 범죄율은 0%로 떨어진다. 2006년 개봉한 영화인 만큼 50년 뒤의 미래 사회를 그린 이 영화에서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투명 터치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과학기술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이뤄지는 범죄 예측은 '예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몫이어서 과학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으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범죄 예측은 예언가들이 아닌 '과학'의 몫인 셈이다.
2011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 도심 주차장에서 두 명의 차량 절도범이 경찰에 체포됐다. 한 명은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다. 신고로 잡힌 것은 아니었다. 마침 그 장소에 경찰이 있었다. 적절한 시간, 장소를 예측해 준 프로그램 덕분에 가능했다.
미국에서 살인 등 강력범죄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피츠버그 홈우드 지역 경찰은 지난 10월부터 카네기멜런대에서 개발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순찰차에 탑재된 디스플레이에는 주의해야 할 지역이 표시된다.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날 사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우선적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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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측 프로그램이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가 갖고 있는 '함정' 때문이다. 범죄 관련 과거 데이터에는 인종, 성별에 따른 '차별'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미국에서 흑인 범죄율이 높았는데 수억~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프로그램이 내놓는 예측은 흑인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처럼 결함이 있는 데이터는 인종 간, 사회적 지위 간 차별을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김형사의 '촉'에 AI의 '과학'을 더하라…한국도 범죄예측 프로그램 개발 시작

"냄새가 난다."
수사 과정에서 형사들은 느낀다. 일종의 '감(感)'이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범죄 현장에서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 속 '알고리즘'을 거쳐 드러나는 셈이다.
국내 연구진이 형사들의 '감'에 과학적 분석을 덧붙일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 범죄 분석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다. 3년간 52억원의 예산이 투자되는 이번 연구개발(R&D)에는 서울대 통계학과와 빅데이터 관련 기업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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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과 서울대 등 공동연구진은 인공지능 의사인 IBM 왓슨이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에게 조언하는 것처럼 범죄 데이터를 분석해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가령 2000년대 초 유영철이 전국에서 갖가지 잔혹한 방식으로 범했던 살인사건은 수사 초기 개별 사건으로 파악됐다. 당시 살인 사건은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다는 점과 실종자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는데, 이렇게 산발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동일범의 소행임을 보다 빨리 알아낼 수 있다.
대검찰청과 한국정보화진흥원(NIA)도 민간 컨소시엄을 구축해 '지능형 범죄 예방 협업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에서 하고 있는 연구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검찰에서 조사한 사건 자료들 중 범죄와 관련된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글 검색은 특정 단어나 단문을 분석하는 데 그쳤다"며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을 판단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확인하는 컨설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은 이를 분석해 여성가족부나 교육부 등에 제공해 체계화된 범죄 예방정책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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