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기술에 관한 한 그곳이 세계 최고라는 데 의심을 품어 본 일이 없다. 애플·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들이 계속 등장하며,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어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눈 밝은 벤처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거액을 투자하는 실리콘밸리는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처음으로 중국이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원래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로, 외부와 폐쇄된 ‘만리장성 인터넷’으로 악명이 높고, 강도 높은 검열로 구글조차 두 손 들고 나가도록 만든 중국에서는 혁신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틀렸다. 중국의 정보기술(IT) 생태계는 전성기를 구가하며 성장해 이제 실리콘밸리를 능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왜 그런가.
우선 중국에는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IT 대기업들이 있다. BAT로 일컬어지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존재다. 특히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실리콘밸리 공룡 기업 못지않은 500조~600조원의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정도 시가총액을 자랑하다 보니 자본력도 상당하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경쟁 회사들 이상으로 공격적으로 전 세계의 혁신 회사에 투자하고 필요하면 인수한다.
‘차기 BAT’가 될만한 ‘유니콘 스타트업’도 중국에는 넘쳐난다. 유니콘 스타트업이란 아직 대기업에 매각되지 않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회사를 일컫는다. 스타트업 분석업체인 CB인사이츠의 집계에 따르면 이런 유니콘 스타트업이 미국에 약 120여 곳, 중국에 60여 곳이 있다. 2014년 이전만 해도 중국에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거의 없었다. 불과 4년 만에 이 정도로 미국을 바짝 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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