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다고 바이러스만 탓할 일이 아닙니다. 감기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보안콘퍼런스 ‘코드게이트 2013’ 환영사에서 사이버 공격을 감기 바이러스, 화이트해커를 면역 체계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기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창조경제적 발상”이라며 “‘3·20 사이버테러’를 계기로 앞으로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우리 화이트해커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보안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 차관은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고 불려왔지만 그동안 속도만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며 “속도보다 보안이 튼튼한 인터넷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모든 물건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 시대를 맞아 보안 개념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산업계·학계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도 “자동차·반도체로 50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것처럼 보안·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5000억달러를 수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여성 해커 육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코드게이트 2013은 올해 6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규모 보안 행사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소프트포럼 회장이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해킹방어대회 ‘데프콘’을 보고 2008년 처음 만들었다. 국제 해킹방어대회와 콘퍼런스에는 22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조직위원회는 3·20 사이버테러로 예년보다 보안업계 안팎의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에란 파이겐바움 구글 기업보안 총괄이사는 클라우드 보안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안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며 “돈을 침대 매트리스 밑에 보관하는 것보다 무장경찰과 폐쇄회로TV(CCTV) 금고 등을 갖춘 은행에 맡기는 것이 안전한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정경원 시만텍코리아 지사장은 “산업용 컴퓨터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다양한 기기가 보안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된다”며 “보안 취약점으로 인한 해커와 이용자 간 ‘비대칭성’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경고했다.
한편 해킹방어대회에서는 2009년 우승 이후 처음으로 한국팀인 ‘후이즈’가 우승을 차지했다. 정보보안업체 라온시큐어의 이종호(24) 박종섭(34) 이정훈(20) 연구원과 고기완 군(한국디지털미디어고·19)으로 이뤄진 팀은 지난해 우승팀인 러시아를 260점 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