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빅데이터` 시대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엄청난, 큰 데이터`를 의미한다. 기존의 분석 도구나 관리 체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는 그동안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새삼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는 것인가. 이미 빅데이터의 존재만으로도 빅데이터 1.0 시대는 눈앞에 와 있다. 이제는 빅데이터 2.0 상태다. 데이터를 단순 축적했던 차원에서 벗어나 이 빅데이터를 나름의 방식으로 분류해 사용할 수 있는 정보 통합 상태에 왔다는 이야기다.
기업에 이러한 `빅데이터 2.0 시대` 도래는 엄청난 기회다. 자신의 고객들에게 쌓여 있기만 했던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좀 더 빠르게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알기도 전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마케팅은 앞으로 기업의 존망을 가를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고객의 `소비` 정점인 카드사들의 빅데이터 마케팅을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x 빅데이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탄은 외식, 2탄은 패션이다. 고객 수천만 명의 카드결제 정보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기 변동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고객도 활용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카드업은 빅데이터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그도 그럴 것이 `카드 사용`이라는 주력 서비스 이용 행위 자체가 고객들의 소비 행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고, 이것이 모이면 바로 트렌드가 되기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선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몇 개 트렌드를 도출, 추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고 고객들 역시 이 정보를 이용해 적게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활용, 크게는 자신의 창업에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작년 12월 첫 론칭한 `현대카드 x 빅데이터` 프로젝트에서 현대카드는 자사 카드를 사용하는 전 고객, 950만명의 외식 결제 정보를 수집했다. 2011년 3분기부터 2012년 3분기까지 1년간 전체 외식 동향을 파악했는데, 그 결과 기존 통념을 깨는 몇 가지 다른 결과도 나와 흥미롭다.
부산 지역에선 회를 주종으로 하는 일식업이 성행할 것 같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도출된 결과는 일식(3.2%)보다 양식(10.3%) 매출 비중이 3배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 여성의 매출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커피전문점의 매출 분석에서도 남성의 이용 비중이 여성보다 40% 가까이 높은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또 지역별로 커피전문점 추이를 살펴보면 서울의 커피전문점 매출은 인구 대비 이용 실적 등에서 타 지역보다 높았지만, 매출성장률은 업종 평균보다 떨어졌다. 오히려 커피전문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곳은 인천이었고, 경북 지역도 성장 잠재력이 높았다.
이 같은 리포트를 통해 카드회사는 어떤 실익을 얻을 수 있을까. 현대카드의 경우 카드매출 정보를 활용해 고객 컨설팅 서비스에까지 진출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영역 확장의 좋은 예다. 법인 고객을 위해서는 각 법인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리포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또 일반 개인 고객뿐 아니라 가맹점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 운용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들은 이 같은 리포트를 활용해 자신의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분석은 각각의 몫이겠지만, 단순하게 보면 부산에선 일식보다 양식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오히려 양식 쪽 창업을 노려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또 커피전문점도 성장률이 떨어지는 서울보다는 인천 등지에서 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분석하기보다는 상품 개발로 직접 연결시켰다. 신한카드의 `큐브`는 고객이 할인점, 교육, 요식 등 생활 친화 9개 서비스 중 최대 5개를 골라 기본 할인을 받고 추가 요금을 내면 커피, 베이커리, 영화 등 9개 품목 중 2개에서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그리고 고객은 언제든지 이 서비스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카드의 이 같은 큐브 상품 출시는 신한카드가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2200만 고객의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한 끝에 나왔다. 이번 큐브에 포함된 18개 서비스는 이 빅데이터를 집중 분석해 골라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카드사의 빅데이터 마케팅에도 함정은 있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의 외식 관련 빅데이터 리포트를 보면 20대를 제외하곤 여성보다 남성의 커피전문점 이용이 많았다고 했는데, 이 경우 지불하는 주체는 남성일 수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여성과 남성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남성이 여성보다 커피전문점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분석하면 곤란한 이유다.
또 패션 분야에서도 중장년층의 SPA 브랜드 선호도 증가는 SPA 브랜드가 핫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한몫했겠지만, 자녀의 옷 구매 등의 요인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다.
향후 빅데이터 분석의 틀이 좀 더 정교해지고, 세밀해질 것이라고 보이는 부분도 이런 분야다.
결국 빅데이터의 활용은 가설-정보수집-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관계 검증이라는 과학에 근거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변수를 얼마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광범위하게 측정하고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또 정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결론이다.
현대카드 측 역시 "철저하게 카드 이용 내역만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구매자와 실사용자의 불일치 문제는 완벽하게 극복하기 어렵다"며 "이는 데이터 분석의 구조적 한계며, 앞으로 좀 더 많은 변수를 투입해 보다 정교해진 분석을 하는 것이 빅데이터 분석의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