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즈니스 분석소프트웨어ㆍ서비스 기업인 SAS는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SAS는 빅데이터란 광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찾아내고 있는 기업이다. 시장분석전문 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는 지난 1월 SAS를 `빅데이터 예측 분석 솔루션` 부문 세계 1위 기업으로 선정했다. SAS는 빅데이터 분석과 관리 등을 통해 지난해 28억7000만달러(3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방한한 짐 데이비스 SAS 부회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만났다. 데이비스 부회장은 "조세 피난처에 숨겨진 세금을 찾는 것부터 석유 시추까지 빅데이터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성공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신들이 직접 나서 빅데이터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인터뷰 내내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다"며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하면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데이비스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이제 빅데이터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만약 내가 10명에게 빅데이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아마 10가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에 일정한 정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빅데이터의 정의를 말해 보겠다. 당신은 문제에 봉착한 뒤 그 문제를 통제하려고 할 때가 돼서야 당신이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기술적으로 빅데이터는 기존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으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데이터를 뜻한다. 최근의 DBMS는 정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그러나 이를 제때 필요에 맞게 처리하지 못한다. 앞으론 문제 발생 시 빅데이터에서 얼마나 빨리 충분한 대답을 얻을 수 있느냐가 기업 간 또는 개인 간의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기업들도 비용과 실효성 문제로 빅데이터에 대한 투자를 망설인다.
▶빅데이터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빅데이터는 사업을 하게 되면 저절로 생겨난다. 금융업계는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통해, 정부는 인구 통계를 통해 빅데이터를 자연스레 얻는다. 빅데이터를 활용할지 아닐지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에 투자하면 수익이 돌아올지 따지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론 오늘날 데이터를 통해 이득을 보지 않는 조직이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익이 생겨난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곳이 있다면.
▶단연코 은행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하루 단위로 리스크를 피해간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지주회사와 연계된 유동성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반드시 현금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가장 큰 골치를 썩고 있는 문제가 바로 건강보험금 사기나 신용카드 번호 불법 도용 등 각종 사기 범죄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개개인의 사용 패턴을 알아내기가 더 쉽고, 이를 통해 사기 범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유통업도 마찬가지다. 유통업은 수많은 판매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로 적정한 물건 값을 매길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높은 마진을 얻는 것이다. 물론 SAS도 내부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고객이 SAS에 문의한 내용이나 SAS 콘퍼런스에 참여한 횟수와 그들의 관심사 등을 통해 그들이 현재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미리 예측한다. 그리고 고객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사전 대책을 제시해준다.
-최근 세계적으로 조세피난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도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금 징수에 관심이 높은데.
▶SAS는 2000년대 초반 필리핀 정부와 손잡고 숨겨진 세금을 찾아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필리핀 정부는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세금 포탈 기업이나 개인을 찾아내 징세해야 했다. 우리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거주지와 수익, 지출 습관을 모아서 분석해 패턴을 얻어냈다. 이를 통해 누가 세금을 포탈하고 있는지 알아냈다(SAS와 필리핀 정부는 프로젝트 시작 5년 만에 약 1조5500억원에 달하는 미신고 세금 내역을 찾아냈다. 그리고 첫해에만 126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복지수당 부정수급 대상자를 찾아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사(HR) 부문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나.
▶기술적으로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 (직원들의)이메일이나 GPS(위치기반) 데이터 등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소스들이 많다. 소셜미디어를 분석하는 텍스트 분석 도구를 통해 사람들의 이메일을 일일이 분석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수집해야 하나.
▶우선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다. 데이터 분석은 표면에는 보이지 않던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아름다운 일이다. 그 어떤 가정도 하지 마라. 개인에 대해 다양한 변수를 알아낼수록 그 사람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사기를 예로 들어보자. SNS 데이터를 통해 당신이 아는 사람과 사기꾼들이 아는 사람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해 잠재적인 사기 피해자와 행위를 알아낼 수 있다. 데이터는 이제 기업 내부와 외부 등 온갖 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기업들은 오늘날 내부 데이터베이스와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모두 가져와 분석하려 한다. SAS는 이들을 도와준다. SAS는 빅데이터 예측 분석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3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선두주자다. 우리는 딱 2가지만 한다. 데이터를 다루고, 이를 분석한다. SAS는 과거 분석하는 데 8~10시간 걸리던 일을 90초 만에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빅데이터는 소셜미디어 등 비정형화된 데이터도 취급한다. 이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믿을 만한가.
▶소셜미디어를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은 점점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의심할 여지없는 빅데이터의 커다란 원천이다. 나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무시하는 CEO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기업들이 각 계층을 대표하는 4~5명의 포커스그룹을 회의실에 초대해 자신들의 상품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 기업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주제나 제품에 대한 의견을 즉시 물어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그들의 감정을 파악하는 데 놀랍게도 매우 정확한 정보를 주고 있다. 사람들이 SNS에서 쓰는 구절과 단어 분석을 통해 이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지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할 수 있다. SAS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SAS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매일 확인한다.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연락해 어떤 불만이 있는지 파악한다. 한 사람이 소셜미디어에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치면 30초 안에 100명에게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빨리 대응하려고 노력한다. 소셜미디어는 매우 유용한 빅데이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SAS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기업 339곳 중 71%가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조차 하지 않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질문을 10년 전에도 던졌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ㆍ데이터 통합 중앙창고)`를 갖추고 있는지, 그들이 데이터를 의사결정과정에 잘 적용하고 있는지 말이다. 10년 전에도 데이터 활용도에 대한 조사 결과는 비슷했던 것 같다. 결국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잘못된 사내 문화에서 나온다. 은행에 가면 다양하지만 비슷한 상품이 여러 개 있다. 그러나 상품별로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가 다 따로 붙는다. 그리고 그들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 고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서로 공유해야 하는데 말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지 못한 기업 거의 대부분은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지 않는 잘못된 사내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 빅데이터 전략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기업들은 막연하게 빅데이터 전략을 IT조직이 책임지고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큰 실수다. 그렇다면 나 같은 CMO가 빅데이터 전략을 맡아야 할까. 마케팅은 가끔 조직 내에서 블랙홀 취급을 당한다. 그만큼 조직 내에서 돈만 많이 쓰는 부서처럼 보이기 쉽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케팅의 효과를 정량화할 수 있다면 CMO가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정말 성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CEO가 나서서 직접 빅데이터 전략을 이끈다는 점이다. 성공한 기업의 CEO들은 `데이터가 이끄는`, 또는 `사실에 의거한 의사결정`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빅데이터 전략은 조직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다. CEO가 빅데이터 전략을 직접 이끌어야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한 서비스 기업이 있다고 치자. 당장 빅데이터 활용전략을 회사에 도입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빅데이터를 활용할 시작점부터 정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찾는다든지, 고객의 반응 또는 비용 측정 등 빅데이터를 처음으로 적용할 1가지만을 택하라. 그다음 이 1가지를 지렛대로 삼아 데이터 크기를 키우고 사내 문화를 바꿔나가기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로 무엇을 달성할지 결정하고 그다음에 데이터를 잘 쌓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1가지 사례를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도록 사내 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실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내 문화를 만들어라. 빅데이터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이런 과정을 반복해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 He is…
짐 데이비스 SAS 부회장은 전 세계에서 SAS 브랜드ㆍ제품ㆍ솔루션ㆍ서비스 전략을 총괄하는 CMO(최고마케팅경영자)다. 이 밖에 2011~2013년 미 포천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3위를 자랑하는 SAS의 사내복지와 직원가족서비스, 인사관리와 교육, 출판 등의 운영도 맡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