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는 “최고의 기술은 사라진다. 배경으로 존재를 감춘다. 그래야만 가치가 높아진다"라고 말한 적 있다.
잭은 기술을 성공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트위터를 창업했을 뿐만 아니라, 무료 모바일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인 스퀘어(Sqare)의 창업자이자 CEO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잡지인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2012년 전세계 혁신 기업 50'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잭이 최고의 기술은 사라지게 된다고 말한 의미와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성공시킨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서 최고의 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잭은 '인터넷의 출현'을 중심으로 역사의 교훈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유레카(Eureka)의 순간
1969년 10월29일, 당시 UCLA 대학원 학생이었던 찰리 클라인(Charley Kline)은 실험실 의자에 앉아 ARPANET에서 첫 메시지를 타이핑하고 있었다. 이 ARPANET이 오늘날 글로벌 인터넷의 시조다.
UCLA의 연구팀은 자신들의 컴퓨터를 이용해 400마일에 달하는 케이블로 연결된 스탠포드 연구소(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다른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었다.
이는 컴퓨터 네트워킹으로 한 걸음을 크게 내딛는 대단한 발명이었다. 회로가 아닌 패킷으로 여러 다양한 컴퓨터가 통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네트워킹을 구현한 NCP라고 하는 패킷 스위칭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그리고 1983년 TCP/IP가 NCP를 대체하면서, 오늘날의 인터넷이 탄생했다.
컴퓨터 네트워킹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많은 혁신 기술의 발전을 촉발했다. 또 가까운 장래에 파괴적인 변화가 현대 사회를 휩쓸 것이라는 믿음이 커져갔다.
멀리 떨어져있는 기계들이 서로 통신을 할 수 있는 새 기술 덕분에 사뭇 과감한 전망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곧 컴퓨팅 네트워크로 사회 곳곳이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심지어는 로봇이 가사를 돕는다는 예측들이 나왔다.
당시 많은 예측들은 견강부회의 주장에 불과했다. 물론 일부 근접한 예측도 있기는 하다. 어찌됐든 모두 당시로서는 지나치게 야심 찬 예측들이었다. 어느덧 2012년이 됐지만 제트팩으로 출퇴근을 하거나 로봇이 가사를 돕는 시대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벌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큰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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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감춘 혁신 기술
이제 잭 도시의 발언을 수십 년 전 개발된 패킷 스위칭이라는 혁신 기술에 적용해 살펴보자. TCP/IP를 이용한 유비쿼터스는 현실이 됐다. 그러나 일상의 생각에서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물론 이 기술은 디지털 세대가 사용하는 기술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대부분은 이메일을 보내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또는 페이스북을 업데이트하면서 그 이면에 TCP/IP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한다.
TCP/IP 프로토콜 덕분에 이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아마 글을 읽기 전까지는 이런 부분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TCP/IP는 최고의 기술 혁신 가운데 하나였다. 그랬기에 잭이 설명한 방식대로 모습을 감추었다.
클라우드에서도 역사가 되풀이 될까?
존 맥카시(John McCarthy)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창시자로 일컬어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1961년 '유틸리티 컴퓨팅(Utility Computing)'이 언젠가는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5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다.
이 유틸리티 컴퓨팅이 오늘날의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TCP/IP보다 더 빠르고, 거대하게 다양한 기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미 수백만 명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TCP/IP가 그랬듯, 클라우드 툴 역시 '과장'과 '무모한 예측'이 넘쳐나고 있다. 클라우드의 경우, 혁신에 '이익을 추구하는' 마케팅이 수반되어 왔다. 클라우드 관련 기업들은 전세계 곳곳에서 클라우드를 홍보하고 있다. 이들은 더 많은 상품,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판매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이들 공급자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유래 없는 금융 위기 이후 기업들에 활력이 필요한 시기에 클라우드 열풍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반이 되는 여러 혁신 기술들이 이미 세상을 바꿔놓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도 불가능하다. 다만 모든 기술들이 예상했던 속도와 규모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초기의 시장 전망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2~3년 내에 내부 IT인프라를 없애고, 따라서 서버나 랙, 데이터 센터를 구입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개념 측면에서는 타당한 전망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에서 이런 전망은 여전히 '실현'과는 거리가 멀다.
또 대량 도입이 이뤄질 시기 또한 초기 전망보다는 길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각 가정에서 로봇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측과 마찬가지로, 일부 클라우드에 대한 예측이 실현되려면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기업용 제품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시간이 가면서 클라우드 대량 도입을 가로막는 복잡한 문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술은 성숙해지고 있지만, 수요 측면에서 클라우드 도입 시기와 방법에 대한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클라우드 도입이 전망보다 더딘 이유는 뭘까?
클라우드 기술 성숙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기업 환경의 성숙도는 무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기업을 파괴적으로 변화시켜 클라우드의 대량 도입을 촉발하는 역량과 욕구를 간과했다. 1969년 컴퓨터 네트워킹의 '유레카' 당시에도 컴퓨터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기술 발전을 앞당기는 문을 열어젖혔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예측에 미치지 못했다.
오늘 날도 마찬가지다. 많은 클라우드 주창자들이 클라우드 기술이 성숙하고 대량 도입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량 도입이 구현되지 않는 상황과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클라우드는 여전히 '웹사이트', '오픈 데이터', '테스트 및 개발 환경', '포인트 솔루션', '개념 증명' 등 기업용 IT 주변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또 클라우드로 환경으로의 대규모 이전 또한 아주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어쩌면 콘텐츠에는 충분히 집중하지 않고, 클라우드 기술이 갖고 있는 역량과 전달, 관리 방식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서인지 모르겠다. 클라우드 자체의 기술 역량만으로는 소비 환경의 복잡한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들을 풀지 못한다.
물론 기술이 갖는 역량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역량을 사업적 가치와 의미 있는 서비스로 전환시켜야 할 시기다. 이를 통해 기업이 위험을 낮추고, 상업적 변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부 기술 전문가들은 기술과 이의 구현 역량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기업은 더 가혹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는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은 사업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기술에만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가치는 과거보다 훨씬 용이한 전달 방식이 아닌 전달되는 콘텐츠가 좌우한다. 비유하면, 포장지보다는 그 안에 들어있는 선물의 가치가 더 높은 것이다.
클라우드가 사라져야 할 시기
TCP/IP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컴퓨팅 역시 예측된 많은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그 기간은 예측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클라우드가 세상을 데이터와, 고객과 정보를, 기업과 서비스를, 디지털 소비자와 콘텐츠를 연결하는 기반 환경의 일부로 모습을 감추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클라우드가 모습을 감추면, 기술에서 서비스와 비즈니스 혁신, 실제 비즈니스 가치로 초점을 옮길 필요가 있다. 이는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고객에게 더 많은 정보를 즉시 전달해 변화를 창출해 가치를 실현시키는 방법이다. 이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즉 '클라우드'가 더 빨리 사라져야 더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