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드웨어(HW)업체들이 올해 통신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서비스 출시나 시스템 고도화 사업으로 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 LTE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대대적인 IT장비를 구매한데 이어, 올해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IT설비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 서버, 스토리지 시장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 14%다. 특히 x86서버 시장을 보면 통신이 30%의 점유율을 웃도는 등 제조부문과 함께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통신부문은 2011년 3분기와 비교해 24.6%나 성장해, 전체 시장성장률(15%)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경기불황에도 장비투자를 지속할 방침이어서 서버나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 SK텔레콤은 2000억원이 넘는 포스트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결정하고, 지난 13일 컨설팅 사업을 발주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한창인 KT 역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과 6000억원이 넘는 차세대 사업 BI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장비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LTE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LG유플러스는 올해 LTE 관련 장비 증설과 유지보수 등에만 4500억원 이상 투입할 예정이다. 또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시설 투자도 3000억원이 예정돼 있어 업계의 수주전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LTE 인프라를 증설하고, 회사 내부 인트라넷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과 데이터센터 사업 등이 계획돼 있다"며 "대규모 장비 도입 사업인 LTE 인프라 구축사업은 올해 절반으로 줄었지만, 전체 IT설비 투자로 봤을 때는 오히려 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고, 차세대 시스템 구축 역시 리눅스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서버시장에서 통신부문은 x86서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버업체별 제품 차이가 적은 만큼 올해 사업 수주의 포인트 역시 가격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HP 관계자는 "지난해 이어 올해 역시 통신시장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 것"이라며 "결국 가격경쟁력인데 출혈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기보다는 서비스나 기술 지원과 같은 다른 요인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 시장과 달리 성능에 대한 중요성이 크고,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은 스토리지 시장은 통신 시장에서 올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체 시장점유율은 국내 2위지만 통신영역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올해 역시 기술지원과 영업인력을 충원해 선두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업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통신사업본부 상무는 "지난해 통신부문에서만 20%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며 "통신사별로 차세대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고, 신규 서비스 출시가 잇따르면서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 역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한국EMC는 최근 통신사업팀을 통신사업본부로 격상했다. 독립 사업부서를 개설해 인력과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스토리지 1위 기업이라는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강정민 한국EMC 마케팅부장은 "통신사업본부 격상은 우리가 통신부문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중할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군과 풍부한 기술지원 인력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